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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밋밋한 배역도 감초처럼…“대본과 애드리브 나도 헷갈려”

등록 2012-08-05 20:17

차태현(36)
차태현(3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태현
첫 사극도전에 능청스런 선비역
특유의 허술한 말투로 웃음선사
“스타일 차이지만 편안한 게 좋아
악역연기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
지금이야 ‘수찬이 아빠’란 수식을 스스로 자연스레 이름 앞에 붙이지만, 한땐 차태현(36·사진)도 ‘오빠’였다.

그냥 오빠가 아니다. 자신의 설명대로 “항상 틈이 있고 한 가지씩 어설픈”, 보는 이에게 편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런 오빠였다. 1998년 드라마 <해바라기>의 순진한 레지던트 허재봉은 초짜 연기자 차태현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얹었다. 장혁·김하늘·김현주와 출연한 드라마 <햇빛 속으로>(1999)에서 반항적인 재벌 2세로 단숨에 청춘 스타가 됐지만 역시나 그가 좀더 빛났던 건 <엽기적인 그녀>(2001)의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남자친구’ 견우가 됐을 때다. 2008년 <과속 스캔들>을 흥행시키며 ‘오빠’에서 ‘아빠’로 완벽히 탈바꿈한 그는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잔꾀에 능한 능청스런 선비로 출연한다. 그에겐 첫 사극이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차태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해 “소재의 신선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조선시대 얼음 저장소인 석빙고를 소재 삼아, 얼음을 독점하려는 탐욕스런 사대부에 맞서서 얼음을 훔쳐내는 ‘도둑들’의 활약을 그린 코믹 사극이다. 그가 맡은 서자 출신 실학자 이덕무는 계획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차태현 외에 무사 오지호, 폭약 전문가 신정근, 잠수 전문가 민효린, 도굴꾼 고창석, 객주 성동일이 한 패를 이뤄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차태현은 자신이 연기한 이덕무 캐릭터가 “시나리오상에선 밋밋했다”고 솔직히 말한다. “친형이 투자를 받고, 제작한 영화가 아니었으면 안 했을 수도 있어요. 밋밋한 역을 굳이 왜 하겠어요. 영화에 많이는 나오지만 웃기진 않았거든요. 인물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는 빵 터지진 않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코미디를 안정적으로 내보인다. “뭐가 대본에 있는 거고 뭐가 애드리브(즉흥연기)인지 저도 헷갈릴 정도로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영화 초반 곤장을 맞는 장면에서도 별도의 지문이 없었지만, 특유의 허술한 말투로 “옷이라도 입혀 주시오. 수치스럽소이다”란 대사를 즉석에서 만들어냈다. “제가 다 살린 겁니다.(웃음)”

차태현은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누릴 무렵에도 “스타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단다. “<햇빛 속으로>를 할 때부터 서른 즈음에 결혼해야겠다 생각했어요.” 2006년, 서른 살 나이에 결혼을 일찍 한 것도 “연예인 같은 연예인이기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단 바람” 때문이었다. “나이에 맞는 경험을 한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기에 <과속스캔들>이나 <헬로우 고스트>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과속 스캔들>에서 제가 일부러 아빠의 감성을 꾸며서 연기를 하진 않았거든요.”

그저 허허실실 웃는 듯싶지만, 자신에겐 없는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김)명민이 형, (김)윤석 형님, (한)석규 형님 모두 목소리에 믿음이 가요. 저는 안 그렇잖아요. (송)중기나, 김수현 같은 젊은 배우들도 목소리가 좋고요.”

어떤 작품에서 무슨 배역을 맡아도 ‘편하고 친근한 차태현’으로만 보이는 본인의 연기색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고 있다. “(김)명민 형이나 (장)혁이처럼 인물을 파고드는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안 돼요. 스타일의 차이겠지만 저는 어떤 역을 받으면 그걸 ‘차태현화’시켜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최고라고 배웠고, 그게 저한테 맞는 것 같거든요. 어디서든 비슷해 보인다는 단점은 분명 숙제로 남죠.”

그렇다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건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껏 해 본 적 없는 악역을 꼭 한 번 맡고 싶지만, 조바심 내지는 않는다. “지금 저한텐 어울리지 않잖아요. 그게 어울리는 때가 분명 오겠죠. 이번에 처음 해 보는 사극도 때가 됐으니 한 거거든요.”

차태현은 절정의 인기가 조용히 사그라들었을 때도, 아쉬워하는 대신 자기만의 속도를 유지했다고 했다. 자연인으로서 오빠에서 아빠로 자연스레 변해 가는 동안, 배우로선 영화부터 예능프로그램까지, 현대극부터 사극까지 보폭을 넓혔다. 조바심 대신에, “나만의 독특한 어떤 것”을 믿으며 낙관할 수 있는 능력이 지난 17년 동안 그를 지켜온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뉴시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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