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수상식에서 뱉은 말로 시작
공효진 “뭐 재밌겠네” 엉겁결 합류
서울~해남 577㎞ 걸으며 울고웃어
공효진 “뭐 재밌겠네” 엉겁결 합류
서울~해남 577㎞ 걸으며 울고웃어
국토대장정 ‘577프로젝트’
배우 ‘공효진-류승범’의 결별이 ‘공효진-하정우’의 열애설 때문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대장정은 완주할지 몰라도 이러다 하정우를 잃을 수도 있겠다”고 토로하는 이 영화 속 공효진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공효진은 지난 20일 <577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루머는 너무 가혹하다”며 “여기가 할리우드도 아니고 상도덕이 있는 법이다. 류승범과 하정우가 같이 영화를 찍는데 하정우와 사귀겠느냐”고 부인했다. 이제 열애설의 의심을 걷어내면 “하정우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말은 국토대장정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으며, 고생을 같이 한 대원들 사이가 얼마나 격의 없이 끈끈해졌는지 드러내는 말로 둔갑해 들릴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무비’를 표방한 <577프로젝트>(감독 이근우·30일 개봉)는 하정우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다큐멘터리다. 그는 지난해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 설마 2010년에 이어 또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탈까 싶어, “또 상을 받으면 그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에 오르겠다”고 내뱉고 만다. 그는 배우로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후배 등을 규합해 지난해 11월15일 서울을 출발해, 전남 해남에 이르는 577㎞의 거리를 20일 동안 걷는 대장정에 오른다. “산책하듯 쉬엄쉬엄 걸을 거야”란 하정우의 제안에 처음엔 “됐거든요”라고 거절했다가, 술자리에서 “뭐, 재밌겠는데”라고 말하고 만 공효진도 엉겁결에 합류한다.
영화는 대원들이 힘겹게 걷는 모습 외에, 하정우가 막간 토크쇼를 진행하는 ‘하숙쇼’, 몰래카메라, 공효진에게 대원들이 과거를 털어놓는 ‘고해성사’, 대장정 후원기업의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광고 장면’들을 넣어 웃음을 일으킨다. 지친 대원들을 격려하며 이끄는 하정우는 듬직함을 자아내고, 민얼굴과 맨발을 보여주며 “그래도 내가 공블리(공효진+러블리) 이미지인데 본색을 다 드러내게 됐다”며 걱정하는 공효진의 모습은 그가 가진 털털하고 편안한 배우의 느낌을 더욱 상승시킨다. 영화는 땅끝마을에 도착해 감격스러워 눈물 흘리는 대원들의 모습에 카메라를 갖다대지 않는다. 하정우는 “해남에 금은보화라도 있으면 좋았을 테지만, 중요한 건 마음속에 뭔가 생겼다는 것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다시 국토대장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무슨 일 앞에서 꾸물거리는 이들에게 한발이라도 내디딜 마음을 일으키는 ‘동기유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메시지는 뜻밖에도 대원들이 대장정 도중 들른 식당의 한 아저씨의 말에 묻어 있다. “나이 들면 10m 앞에 계속 돈을 떨어뜨리면서 따라오라고 해도 못 따라가. 아름다운 청춘을 아끼지 마.” 몇몇 대원은 이 말에 눈물을 흘린다.
송호진 기자, 사진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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