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윤 감독
영화 ‘26년’ 애니제작 참여한 오성윤 감독
‘마당을…’ 후속작 준비 6개월 중단
도입부 7분40초 애니메이션 맡아
대학생 딸 등록금 1천만원도 투자
‘마당을…’ 후속작 준비 6개월 중단
도입부 7분40초 애니메이션 맡아
대학생 딸 등록금 1천만원도 투자
지난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관객(220만명)을 모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연출자인 오성윤 감독은 유기견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 6개월간 차기작 진행을 멈춘 채 영화 <26년> 제작에 동참했다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 가족들이 유혈진압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는 내용의 <26년>에 왜 애니메이션 감독이 참여했을까?
2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도입부에 ‘5·18’ 당시 시민과 학생들이 총에 맞아 죽는 7분40초의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을 오성윤 감독에게 맡긴 것이다. 실사영화에 이렇게 긴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오 감독은 21일 “5·18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영화의 사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지만, 시민들이 제작비를 후원하는 ‘제작두레’ 방식과 이 영화가 지닌 사회적 가치에 공감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인 ‘곽진배’(진구)와 ‘심미진’(한혜진)이 5·18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과정을 보여준다. 총알이 이마를 관통하고, 여고생이 어린 동생 앞에서 배에서 터져나온 창자를 부여잡고 죽는 장면들이 나온다. 오 감독은 인물들이 검은색 목탄으로 채색한 느낌이 나도록 처리했고, 이와 대조적으로 붉은 피의 색깔을 강조했으며, 당시의 혼돈과 충격이 전해지도록 장면들이 흔들리는 기법을 활용했다. 죽은 원혼들이 차마 이 땅을 떠나지 못한 채 서로 끌어안은 듯 쓰러진 주검더미에서 남편을 발견하고 오열하는 아내와, 이를 바라보는 어린 ‘곽진배’의 눈빛을 표현한 장면에선, 슬픔이 밀려든다.
오 감독은 “5000장의 그림을 일일이 목탄 느낌이 나게 칠하는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5·18의 슬픔과 비극성이 전해지길 원해 그런 고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여고생이 총에 맞는 장면들을 만들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7분40초에 들어갈 장면들을 실제 배우들을 데리고 촬영한 뒤 그 위에 애니메이션을 입히는 ‘로코스코핑’ 기법을 이용했다. 오 감독은 “5·18 당시 전남도청도 그냥 거대 건물이 아니라 시민들을 껴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보였으면 했고, 시신들도 원통하게 죽어간 원혼의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쁜 그림과 입체영상(3D) 애니메이션만 보던 관객들이 또다른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인 딸의 내년도 학자금이었던 1000만원을 이 영화에 투자했다. 그는 “딸도 이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 아빠의 투자를 이해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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