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얄 어페어’
리뷰 l 영화 ‘로얄 어페어’
왕비와 주치의의 불륜 실화 통해
좌절된 18세기 덴마크 개혁 그려
왕과 주치의 동지적 관계도 흥미
왕비와 주치의의 불륜 실화 통해
좌절된 18세기 덴마크 개혁 그려
왕과 주치의 동지적 관계도 흥미
개혁은 좌절되고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간다. 1년여 동안 언론의 자유, 국민 복지 등에서 18세기 동시대의 다른 어느 유럽 국가보다 진일보한 정책을 시행하며 근대로 향하던 덴마크는 순식간에 낡은 시대로 되돌아가버렸다고 영화 말미의 자막이 담담히 전한다. 수십 년 뒤 다시 역사의 시계는 제 방향을 찾아 계몽의 시대가 도래한다고는 하지만, 그 사람들도 사랑도 모두 사라진 뒤다.
27일 개봉한 <로얄 어페어>(니콜라이 아르셀 감독)는 18세기 덴마크 왕실을 배경 삼아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짧게나마 그 나라 현실에서 이뤄졌던 사회 개혁을 꼼꼼하게 그려낸다. 왕비와 궁중 주치의의 격정적인 스캔들 역시 중요한 한 축이긴 하지만, 금지된 욕망과 권력 다툼에 탐닉하는 궁중 치정극보다는 사회 변혁을 다루는 정치극에 가깝다. 왕과 주치의를 가깝게 만드는 것은 자유사상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다. 영화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던 사회상과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모습을 성실하게 담는다. 18세기 덴마크가 배경이지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는 어느 시대에나 적용되는 이야기다.
영화가 시작되면, 덴마크의 왕실에 두 명의 이방인이 들어온다. 첫 번째는 영국 출신의 캐롤라인(알리시아 비칸데르)이다. 왕비로서 궁궐에 입성했다. 캐롤라인 왕비는 교양과 예의를 갖췄지만, 사람들에게 ‘정신병을 앓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행을 일삼는 왕 크리스티안 7세(미켈보에 폴스라르)에겐 금세 질려버린다. 두 번째 이방인은 왕 크리스티안 7세의 주치의로 등장한 독일인 의사 요한 스트루엔시(매즈 미켈슨)이다. 루소와 볼테르를 읽는 자유사상가인 요한은 왕 크리스티안 7세에겐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친구이자 스승이 된다.
왕실과 일부 귀족을 제외한 대다수 민중들의 삶은 비참하다. 영화 중반부 귀족에게 고문당하고 처참한 몰골로 죽어 들판에 버려진 소작농의 모습은 그 비참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요한은 왕의 두터운 신임을 발판으로 삼아 검열제를 폐지하고 전 국민에게 천연두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농노의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개혁을 시행한다. 문제는 역시 자유사상에 관심을 가진 왕비가 요한의 연인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요한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수구 귀족 세력들은 왕비와의 스캔들을 빌미로 삼아 그를 제거하려고 한다.
왕과 주치의의 관계가 왕비와 주치의의 불륜보다 더 흥미롭게 그려진다. 소년 티를 벗지 못한 어린 왕은 귀족들에게 휘둘리기만 하다 비로소 요한을 만나 왕의 면모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왕비에 대한 애정보다는 요한에 대한 관심이 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다. 왕비와 요한의 불륜설이 나돌 때도 왕은 요한을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두 남자 배우의 호연 덕에 왕과 주치의는 때론 갈등하는 부자지간처럼, 때론 애정과 우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자 친구들처럼 특별하게 묘사된다. 요한 역의 매즈 미켈슨은 올 5월 칸영화제에서, 왕 역의 미켈보에 폴스라르는 올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화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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