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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한 아이의 거짓말인데…‘성추행 누명’ 남자 마녀사냥

등록 2013-01-13 20:07

영화 <더 헌트>
영화 <더 헌트>
덴마크 영화 ‘더 헌트’ 24일 개봉
24일 개봉하는 덴마크 영화 <더 헌트>(토마스 빈테르베르 감독)는 다양한 질문을 품고 있다. 먼저 영화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삽시간에 집단적인 분노를 자아내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대한다. 대중들의 공분이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치닫는 과정을 두렵게 바라보기도 한다. 발언권을 뺏긴 개인의 답답함도 안타깝게 묘사돼 있다. 어린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상식’에 대한 질문도 읽을 수 있다.

루카스(마스 미켈센)는 아내와 이혼한 뒤 고향 마을에 돌아와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새 삶을 꾸려 나간다. 루카스를 걷잡을 수 없는 곤경에 빠지게 하는 발단은 죽마고우의 딸인 5살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의 거짓말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클라라는 루카스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암시를 꾸며내 유치원 원장에게 말한다. 소문은 순식간에 마을에 퍼진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어른들은 루카스와 그의 아들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한다. 클라라는 뒤늦게 “내가 바보 같은 말을 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지만, 어른들은 어린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 속에서 기억을 지우는 거라고 믿는다. 사냥터에서 사슴몰이에 내몰린 사슴처럼, 루카스는 점점 궁지에 몰린다.

간단히 말하면 무고한 남성이 아동성범죄자로 억울하게 낙인찍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적극적인 해명은 영화에서 생략돼 있다. 영화가 주목하는 건 그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폭력과 해명조차 불가능한 답답한 상황 자체다. 영화의 관심은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실체 없는 풍문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답답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쉽게 들끓는 집단적 분노의 가벼움과 위험성을 경고한다. 영화는 루카스가 문제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지만, 난데없이 주먹질을 당하고 식료품을 사거나 애완동물을 기르는 일 같은 삶의 권리까지 뺏기는 루카스를 보다 보면 설령 그가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되도록 하는 사회가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도 가능해진다.

빈테르베르 감독이 한 아동학자와 만난 뒤 거짓말에 대한 현대인의 상식,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거짓말에 대한 영감을 얻어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로 주인공 마스 미켈센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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