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작품만 좋다면…” “재능기부로”
저예산영화에 무보수 참여 늘어 일부 투자자서 제작진에 악용도
경력없는 신인배우·스태프 희생양 ‘부러진 화살’ 등 수익 뒤 분배
“생계와 관련…제도 마련 필요” 영화계에서 영화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보수로 참여하는 ‘노개런티’는 이제 하나의 새로운 흐름처럼 자리잡고 있다.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온 노개런티는 국내에서도 저예산 영화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도되는 중이다. 올해도 지난 1월 개봉한 <누나>에 주연배우 성유리씨가 무보수로 출연했고, 8월 개봉 예정인 <엔엘엘(NLL) 연평해전>에는 양미경씨가 “재능기부 차원”이라며 노개런티로 나섰다. 이달 개봉한 <공정사회> <노리개>에는 각각 배우 장영남, 마동석씨 등 출연진뿐 아니라 대다수 제작진도 이른바 ‘교통비와 밥값’ 정도만 받고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런 노개런티는 ‘경력’이나 ‘의미’를 원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 제작사들이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개런티가 가장 활발한 쪽은 저예산 영화들.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분야가 저예산 영화들이지만 실제 저예산 영화는 예산은 적어도 제작비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적게는 제작비가 5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일부 저예산 영화들에선 관행적인 노개런티 제작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문제는 이 노개런티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어느 정도 여력을 갖춘 상업영화조차 제작비를 아끼려고, 또는 투자에 따른 당연한 위험 부담을 회피하려고 제작진한테 ‘고통 분담’이란 명분을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연기 경력을 쌓으려는 신인 배우나 숙련도가 낮은 스태프들한테 더 자주 희생을 강요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노개런티로 영화에 참여한 상당수 배우나 스태프들은 수익이 생겨도 보전받는 경우가 드물고, 영화 경력을 쌓기 위해 사실상 출연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박탈되는 경우가 있다”며 “미필적 고의라 하더라도 그렇잖아도 열악한 영화 생태계를 악용하는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 노개런티 대신 지난해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이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풍산개>처럼 제작 전 단계 때 모든 스태프들과 ‘러닝 개런티’로 계약을 하는 사례도 있다. <부러진 화살>은 일반 스태프들한테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임금을 줬고, 팀장급 스태프와 배우들한테는 ‘수익이 발생하면 분배한다’는 계약을 했다. 당시 제작비 5억원이 투입된 <부러진 화살>은 200억원대 수익을 올렸고, 제작사는 들어온 돈의 60%를 스태프들한테 돌려줬다. 정지영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투자받기 어려운 작품이어서 처음부터 배우들한테 개런티 조건을 걸고 제안을 했다”며 “무보수라는 부담을 갖고 참여한 데 따른 보답으로 그만큼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보수 참여는 스태프들 각자가 선택할 문제이지만, 투자사들이 애초부터 한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관행을 악용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김기덕 감독의 경우 <풍산개>에서 발생한 수익 10억원 가운데 5억원을 수입이 없는 스태프들한테만 나눠줬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피에타>에서는 제작 단계에서 인센티브 계약을 맺고, 실제 수익이 발생하자 일용직 단역을 포함해 25명 안팎의 스태프 전원에게 이를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에서는 불가피하게 노개런티로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경우 스태프들과 수익을 나누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주연급 배우들만 해도 이미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배우나 스태프들은 영화에 참여한 하루하루가 직접 생계와 관련돼 있다”며 “특히 일정 금액 이상이 투입되는 상업영화의 경우 스태프 권리 보호를 위해 무보수 제작을 제도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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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영화에 무보수 참여 늘어 일부 투자자서 제작진에 악용도
경력없는 신인배우·스태프 희생양 ‘부러진 화살’ 등 수익 뒤 분배
“생계와 관련…제도 마련 필요” 영화계에서 영화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보수로 참여하는 ‘노개런티’는 이제 하나의 새로운 흐름처럼 자리잡고 있다.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온 노개런티는 국내에서도 저예산 영화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도되는 중이다. 올해도 지난 1월 개봉한 <누나>에 주연배우 성유리씨가 무보수로 출연했고, 8월 개봉 예정인 <엔엘엘(NLL) 연평해전>에는 양미경씨가 “재능기부 차원”이라며 노개런티로 나섰다. 이달 개봉한 <공정사회> <노리개>에는 각각 배우 장영남, 마동석씨 등 출연진뿐 아니라 대다수 제작진도 이른바 ‘교통비와 밥값’ 정도만 받고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런 노개런티는 ‘경력’이나 ‘의미’를 원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 제작사들이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개런티가 가장 활발한 쪽은 저예산 영화들.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분야가 저예산 영화들이지만 실제 저예산 영화는 예산은 적어도 제작비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적게는 제작비가 5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일부 저예산 영화들에선 관행적인 노개런티 제작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문제는 이 노개런티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어느 정도 여력을 갖춘 상업영화조차 제작비를 아끼려고, 또는 투자에 따른 당연한 위험 부담을 회피하려고 제작진한테 ‘고통 분담’이란 명분을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연기 경력을 쌓으려는 신인 배우나 숙련도가 낮은 스태프들한테 더 자주 희생을 강요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노개런티로 영화에 참여한 상당수 배우나 스태프들은 수익이 생겨도 보전받는 경우가 드물고, 영화 경력을 쌓기 위해 사실상 출연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박탈되는 경우가 있다”며 “미필적 고의라 하더라도 그렇잖아도 열악한 영화 생태계를 악용하는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 노개런티 대신 지난해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이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풍산개>처럼 제작 전 단계 때 모든 스태프들과 ‘러닝 개런티’로 계약을 하는 사례도 있다. <부러진 화살>은 일반 스태프들한테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임금을 줬고, 팀장급 스태프와 배우들한테는 ‘수익이 발생하면 분배한다’는 계약을 했다. 당시 제작비 5억원이 투입된 <부러진 화살>은 200억원대 수익을 올렸고, 제작사는 들어온 돈의 60%를 스태프들한테 돌려줬다. 정지영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투자받기 어려운 작품이어서 처음부터 배우들한테 개런티 조건을 걸고 제안을 했다”며 “무보수라는 부담을 갖고 참여한 데 따른 보답으로 그만큼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보수 참여는 스태프들 각자가 선택할 문제이지만, 투자사들이 애초부터 한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관행을 악용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김기덕 감독의 경우 <풍산개>에서 발생한 수익 10억원 가운데 5억원을 수입이 없는 스태프들한테만 나눠줬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피에타>에서는 제작 단계에서 인센티브 계약을 맺고, 실제 수익이 발생하자 일용직 단역을 포함해 25명 안팎의 스태프 전원에게 이를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에서는 불가피하게 노개런티로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경우 스태프들과 수익을 나누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주연급 배우들만 해도 이미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배우나 스태프들은 영화에 참여한 하루하루가 직접 생계와 관련돼 있다”며 “특히 일정 금액 이상이 투입되는 상업영화의 경우 스태프 권리 보호를 위해 무보수 제작을 제도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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