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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3D 고릴라’ 털 한올한올 살리는데 15개월 걸렸어요

등록 2013-04-21 19:48

허영만 ‘제7구단’ 원작영화 ‘미스터 고’
CG 통해 근육 움직임 등 정밀 표현
영화 ‘아바타’보다 더 정교하고 생생
두 평 남짓한 방에 웬 샹들리에 조명? 김용화(42) 감독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영화감독 사무실에 저런 게 있으니까 좀 미친 것 같죠? 그런데 지금은 약간 미쳐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을 못 벌였을 겁니다.”

17일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경기도 파주시 영화 특수시각효과(VFX) 스튜디오 ‘덱스터필름’에서는 180명이 뿜어내는 ‘미친 열정’이 가득했다. 국내 최초로 영화 전체를 3차원(3D)으로 찍는 영화 <미스터 고>의 제작진들이다.

김 감독이 준비중인 영화 <미스터 고>는 1980년대 인기 높았던 허영만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다. 프로야구에 고릴라가 타자로 등장해 맹활약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주인공 고릴라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내야만 가능한 영화다. 그래서 컴퓨터그래픽으로 고릴라를 합성한 ‘크리처(생명체) 샷’이 900샷 이상 들어간다. 세계적으로도 800샷 이상 크리처가 들어간 영화는 <아바타>(2009년)와 <킹콩>(2005년) 정도뿐이다. 과연 한국에서 이런 효과가 가능할까?

이날 제작진이 공개한 제작 과정은 기존 한국 영화 특수시각효과 기술을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고릴라가 펼치는 격렬한 운동 동작은 근육의 움직임과 수백만개의 털이 모두 생생했다. 기존 한국 영화의 컴퓨터그래픽들처럼 부자연스러운 이물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고릴라가 사람과 접촉하고 교감하는 장면에서도 배우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자체 개발한 동물의 털 구현 기술. 비가 내리면 젖는 모습, 옷이나 잔디 등과 닿을 때 털이 구부러지는 모습이 실제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날씨나 햇빛에 따라 털 색깔이 달라지는 모습은 물론 먼지가 앉는 장면까지 정밀하게 구현한다. 이런 수준은 세계적으로 픽사와 조지 루커스가 투자한 아이엘엠(ILM) 등 3곳 정도밖에 보유하지 못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이 기술을 구현하는 데만 15개월이 걸렸고, 기술 개발 단계에서 전체 영화 제작비 225억원의 절반을 넘는 120억원이 쓰였다고 한다. 정성진 특수효과 총괄 감독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가상 호랑이가 등장하는 150샷에 600억원 이상이 들었다”며 “외국에선 수천명이 하는 일을 우리는 200여명의 젊은 기술진이 열정만으로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는 전통적인 영화제작 현장이 아니라 게임업체 사무실 같았다. 수십 단계 공정을 한 스튜디오에서 처리하기 위해 디지털 영상제작 전문가 180여명을 영입했고, 4층 건물 전체를 하나의 작업 체계로 연결한 ‘파이프라인 시스템’도 국내에선 처음 도입했다.

7월 개봉할 예정인 <미스터 고>는 중국 서커스단에서 재주를 부리던 고릴라 ‘링링’이 소녀 ‘웨이웨이’(쉬자오)를 지키기 위해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활약하는 과정을 그렸다.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오! 브라더스> 3편으로 1800만 관객을 끌어모은 김용화 감독이 직접 20여억원을 투자해 ‘덱스터필름’을 차렸다. 전체 제작비 225억원이 투입된 이번 영화에는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브러더스도 참여했다. 일찌감치 중국 5000여개 극장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상영이 확정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덱스터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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