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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바람 잘날 없는 콩가루집안, 그래도 함께 사는 이유

등록 2013-05-05 20:03수정 2013-05-05 22:14

영화 <고령화 가족>
영화 <고령화 가족>
9일 개봉 ‘고령화 가족’
서로 치고 욕하고 조카한테 ‘삥’까지
평균 나이 47살 철없는 ‘막장 가족’
위기닥치면 똘똘 뭉쳐 ‘우리는 하나’
윤여정·윤제문·공효진 찰떡 호흡
박해일 “이 조합으로 또 작업하고파”

이 사람들, 가족 맞아?

가족 사이 막말은 물론 발길질도 예사다. 가족들의 평균 나이는 47살이지만 하나같이 나잇값은 못한다. 큰아들 한모(윤제문)는 폭력배 출신. 감옥에 다녀와 엄마 김남심(윤여정)씨 집에 빌붙어 산다. 둘째 인모(박해일)는 명색이 영화감독이지만 첫 영화부터 흥행에 참패한 뒤 자존심만 들고 엄마집으로 돌아왔다. 미연(공효진)은 35살에 세번째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그게 뭐 대수야?” 되묻는다.

영화 <고령화 가족>(9일 개봉)은 제작 단계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고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등으로 잘 알려진 천명관 작가의 동명소설을 <파이란>(200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 주로 사회성 있는 멜로영화에 강했던 송해성(49) 감독이 어떻게 스크린에 펼쳐낼지, 연기력 쟁쟁한 배우들이 어떤 색깔을 빚어낼지 등이 관심이었다.

원작과 달라진 결말도 그렇지만, <고령화 가족>은 ‘없는 사람들’로 이뤄진 ‘콩가루가족’의 이야기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정서가 돋보인다. ‘웰메이드 콩가루가족 드라마’라고 할까. “살면서 실패했을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은 결국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라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또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게 송 감독의 의도다.

영화 <고령화 가족>
영화 <고령화 가족>
사실 이 ‘집안꼴’ 점입가경이다. 형제끼리 위아래 없이 욕지거리는 일상다반사. 인모는 형 한모가 좋아하는 동네 미용실 수자(예지원)씨를 바닷가로 데려가 수작을 부린다. 차비랑 술값, 밥값은 막내 미연의 딸 민경(진지희)이 담배 피우는 현장을 포착한 뒤 ‘삥’을 뜯어 마련했다. 재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인모는 <빨간 마누라> 같은 3류 영화를 연출하라는 제안만 받는다. 한심한 큰형 한모는 과거 몸담았던 조직에서 불법오락실 ‘바지 사장’으로 들어오라는 반강제 재촉을 받는다. 거의 매일 저녁 가족들이 먹는 삼겹살은 엄마 김남심이 ‘박카스 아줌마’ 노릇으로 얻어오는 거라는 의심도 산다. 게다가 함께 산 지 30년이 넘도록 엄마만 알고 있던 사실, 3남매 아빠가 모두 다르다.

이들은 나란히 막다른 길에 내몰리지만, 가출했다가 성매매 업소에 붙들린 민경을 구출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송 감독은 영화에 유난히 함께 밥 먹는 모습을 자주 등장시켰다. 밥상 앞에서 함께 먹고, 울고, 웃는 게 진정한 ‘식구’(食口)라는 의미를 담는다. 세트인 집 바닥도 진짜 온돌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이들이 사는 연립주택 콘크리트 담벼락에는 항상 꽃이 피어 있는데, 미술팀이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촬영 때마다 생화를 같은 자리에 심었다고 한다. 송 감독은 “각자가 무언가 상처를 받은 뒤, 가족들이 있는 집에 들어왔을 때 바닥이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또 꽃을 통해 엄마가 갖는 서정성, 가녀림 속에 숨겨진 강인함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연기력이나 흥행력 모두 쟁쟁한 배우들의 강한 연기는 부딪치기보다 성공적인 화학적 효과를 만들어낸 듯하다. 엔딩크레디트 첫줄엔 ‘박해일’이 먼저 뜨지만, 특히 묵묵히 가족을 지키면서 화해를 이끄는 엄마 역의 윤여정은 진짜 주인공으로 느껴진다. 찌질한 영화감독이면서 갈등과 화해의 고리 구실을 해내는 박해일과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윤제문, 로맨틱코미디의 주역과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면서도 비(B)급 정서 영화에서도 돋보였던 공효진은 찰떡 호흡을 과시한다. 박해일은 “윤여정 선배가 ‘배우들끼리 상승효과 덕분에 시나리오보다 더 풍부한 감성이 담겼다’고 한 말 그대로”라며 “이런 조합으로 다시 연기할 날을 벌써 기다리게 된다”고 했다. 가출한 여중생 딸 민경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 진지희가 연기했다. 패티 김의 노래 ‘초우’가 주제곡으로 나와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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