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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중국옷 입은 ‘한국산 고릴라’, 5억 관객 시선 잡을까

등록 2013-06-06 20:01수정 2013-06-07 09:22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 화이브러더스가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와 손을 잡았다. 각 회사 제공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 화이브러더스가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와 손을 잡았다. 각 회사 제공
[문화‘랑’]한국영화 큰손 떠오르는 중국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가 한국영화 <미스터 고>에 거액을 내놨다. 할리우드를 넘어 아시아권으로 투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5억 관객 시장을 업은 중국 자본은 한국영화에 새로운 기회가 될까.
할리우드 투자에 치중하던
중국 자본이 한국에 눈돌렸다
돈줄 잡은 ‘미스터 고’는
개봉관 5000곳 단숨에 잡았다

두나라 역량과 자본이 합쳐
새 시장 형성할지 주목된다
영화기술 구매도 늘고 있어
고무적이긴 한데…

이제 중국인은 서울 명동거리와 제주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중국이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영화 자본이 직접 한국 영화에 투자를 하고, 한국 콘텐츠와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영화계의 메이저인 화이브러더스가 최근 제작중인 기대작 <미스터 고>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것이 특히 화제지만, 이미 몇년 전부터 중국 영화계는 한국 영화와 접점을 늘려왔다. 중국이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엘도라도가 될까?

국내 영화계는 이전부터 중국을 잠재 거대시장으로 여겨왔다. “전체 13억 인구 가운데 영화 보는 사람이 5억명”인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영화협회의 ‘영화산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영화 총관객 수입은 27억달러(3조26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한국영화 시장의 1조4551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뜨거운 한류 열풍이 불고 있고,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어서 감수성을 맞추기도 쉬운 편이어서 한국 영화계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 영화 시장에서 자국 영화의 비중은 48.5%에 불과해 한국 영화가 진입할 여력도 충분하다.

중국도 한국을 계속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3대 대형 스튜디오 중 하나로 꼽히는 화이브라더스는 7월 한국과 중국에서 함께 개봉하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에 500만달러(56억원)를 과감하게 투자했다. 전세계 영화계에서 미국과 함께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의 투자는 한국 영화의 제작 여력을 넓혀주는 동시에 수억명 중국 시장의 문을 한국에 더 열어주겠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화이브러더스는 영화는 물론 음악까지 전방위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운영하는 중국의 대표적 민영기업으로, 지난해 13억8600만위안(25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브러더스가 투자한 56억원은 <미스터 고>의 전체 제작비 225억원의 4분의 1 정도지만, 한국에서 웬만한 대형 상업영화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는 금액이다. 게다가 중화권 전체에서 영화 투자·제작·배급력을 갖춘 화이브러더스가 투자하면서 <미스터 고>는 중국 내 5000개 이상 개봉관을 단숨에 확보하게 됐고,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에서도 대규모 배급이 가능해졌다. <미스터 고> 제작사인 쇼박스의 김택균 부장은 “중국 영화 자본이 일본, 인도 등을 제치고 한국 영화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것은 아시아권에서 한국이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영화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받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영화에 ‘한류’를 활용하던 <이별계약>과 달리 거액을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각 회사 제공
중국 영화에 ‘한류’를 활용하던 <이별계약>과 달리 거액을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각 회사 제공

중국이 세계영화 산업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다롄 완다그룹이 26억달러를 투자해 5000여개 상영관을 가진 미국의 유명 극장 체인 에이엠시(AMC)를 인수했고, 중국 영화 채널 ‘지아플릭스 엔터프라이즈’가 미국의 패러마운트 픽처스와 <트랜스포머 4>를 함께 제작하기로 하는 등 할리우드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반면 한국 영화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는 주로 낮은 수준의 ‘한-중 합작’ 형태였다. 중국에서 한 해 상영이 가능한 외화 수가 34편으로 제한되어 있고, 거액을 투자한 합작 영화들이 중국 관객들의 취향에 맞지 않아 흥행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중국에 진출할 때는 투자와 배급을 약속받기보다는 연출력이 검증된 감독이나 인기 한류스타 배우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에서 지난 4월 개봉해 1억9000만위안(384억원)을 벌어들인 영화 <이별계약>이 대표적인 경우다. 씨제이이앤엠이 기획한 이 영화는 <작업의 정석>을 만든 오기환 감독이 연출을 맡고, 중국의 인기배우 펑위옌과 바이바이허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첫사랑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중국 관객들이 선호하는 로맨틱코미디에 ‘한국형 멜로’를 결합한 이 작품은 개봉 이틀 만에 제작비 3000만위안(54억원)을 회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한류스타 권상우와 장바이즈가 출연해 중국 내 4000여개 극장에서 상영한 <그림자애인>이나 송혜교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출연해 지난 4월 중국에서 개봉한 <일대종사>(왕자웨이 감독)처럼 ‘한-중 커플’을 배우로 출연시키는 게 일반적인 합작 형태였다.

화이브러더스의 이번 투자는 이제까지 흐름을 넘어서는 방식인 것이다. <미스터 고>는 중국 서커스단 출신 소녀 웨이웨이(쉬자오)와 고릴라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단에 스카우트돼 활약한다는 내용으로 허영만의 만화 <제7구단>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화이 쪽은 “<미스터 고>가 중국에선 비인기종목인 야구가 소재이고 감독과 주연배우도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여러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틀과 고릴라를 컴퓨터 기술로 구현한 특수효과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 자본이 투자된 영화답게 고릴라 ‘링링’을 돌보는 웨이웨이 역엔 중국의 인기 아역배우 쉬자오(서교)를 출연시켰다.

중국 영화계의 한국 영화기술 구매도 느는 추세다.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저우싱츠(주성치) 감독의 <서유항마편>이나 1억달러 넘는 매출을 기록한 <화피 2>같은 영화들이 한국의 특수시각효과(VFX) 업체인 매크로그래프나 씨제이파워캐스트 등과 작업했다. 중국 영화 관객들이 입체영상(3D)나 특수효과를 좋아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시각효과 업체들은 홍콩이나 중국보다 기술이 뛰어나고, 가격경쟁력이 높아 중국 영화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국의 투자사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하는데,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아시아권 나라로 한국을 보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며 “전적으로 한국 영화계의 역량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중국의 자본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해 세계로 간다는 기획이 성공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영 영화진흥위원회 객원연구원도 “중국이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자본의 투자가 한국 영화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는 없을까?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을 의식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중국인 악역을 뺀다거나 내용 수정을 가하는 건 다반사가 됐다. 투자 초기인 지금은 콘텐츠 내용을 한국 쪽에 전적으로 맡기겠지만 언젠가 할리우드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화이브러더스 쪽이 “한국 감독들이 만들려는 영화들이 중국에서 대부분 심의에 걸릴 만한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좀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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