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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배꼽 빠지겠네…병헌씨, 독립영화 엄숙주의 벗기다

등록 2013-06-27 19:58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는 병헌씨의 녹록지 않은 영화감독 도전기를 다룬 독립영화다. 독립영화 전용상영관 6곳에서만 상영한다. 인디스토리 제공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는 병헌씨의 녹록지 않은 영화감독 도전기를 다룬 독립영화다. 독립영화 전용상영관 6곳에서만 상영한다. 인디스토리 제공
[문화‘랑’] 영화
6천만원 들인 ‘힘내세요, 병헌씨’
‘페이크 다큐’ 형식 빌린 감독 도전기
해학 넘치는 대사들로 공감 유도

“이병헌! 슛(촬영) 들어가는데 슬레이트가 똥을 싸러 가? 연출부는 사람 아냐.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

참는 데도 한도가 있다. 병헌씨가 드디어 여성 조감독한테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못 먹고 못 자도 똥은 싸야지. 슛 들어가도 똥은 싸야 할 거 아냐!”

병헌씨는 그길로 슬레이트(영화에서 ‘딱’ 소리로 장면 촬영을 알리는 플라스틱판)를 내던지고 나간다. 연출부에서 낙오한 뒤 불면의 밤을 보내던 병헌(홍완표)씨는 명함만 프로듀서인 김범수(양현민), 무늬만 촬영감독인 노승보(허준석), 아직 단역배우 김영현(배우 김영현) 등 세 친구와 함께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가 단맛, 쓴맛 다 본다.

27일 개봉한 <힘내세요, 병헌씨>는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 병헌씨가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재치만점 독립영화다. 한 방송사가 ‘꿈과 희망을 좇는 신인감독 이병헌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설정으로 다큐처럼 보이게 만든 ‘페이크(속임수) 다큐멘터리’ 형식을 썼다.

영화에서 방송 제작진 눈에 비치는 병헌씨는 ‘술 먹고 빈둥거리다 일주일에 4시간 일하는데 2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한’ 독해 불가능한 인물이다. 그러나 병헌씨는 보란 듯이 <귀여운 남자>라는 시나리오로 한 제작사의 눈에 든다. 이때부터 병헌씨는 ‘갑을관계’로 얽히기 시작한다.

제작사는 애초 <귀여운 남자>의 프로듀서였던 친구 범수를 교체하라고 요구한다. 제작사에서 투입한 새 프로듀서는 “시나리오 후반에 힘이 빠진다”, “마케팅을 위한 콘셉트가 없다”는 말로 병헌씨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몇 달에 걸쳐 시나리오를 고치더니, 결국에는 “콘셉트 자체를 바꿔서 시나리오를 새로 쓰자”고 한다. 급기야 병헌씨가 부산국제영화제로 여행을 떠난 사이, 영화는 기약없이 ‘엎어지고’ 만다. 그러나 병헌씨는 유쾌함을 잃지 않고 친구들과 다시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단편영화는 실패가 없어요. 물론 장편도 다시 도전해야죠. 레디~ 액션~!”

<과속 스캔들>, <써니>의 각색 작업에 참여했던 이병헌 감독이 실제 연출부와 시나리오 작가를 거치면서 겪은 경험을 영화화했다. 그래서 생생한 묘사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코믹한 대사들도 재미를 더한다. “일 안 하고 왜 또 술을 마셨냐”고 물으면 “물인 줄 알고 마셨는데, 술이길래 입 댄 김에 마셨지”라고 답하는 식이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했고,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전회 매진과 함께 관객상을 받았다. 당시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관객 평론가들이 “해학의 진수, 실력자의 등장”,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등의 평가를 내놨다.

영화는 왠지 ‘의식 있어 보여야 한다’거나 엄숙해야 할 것 같다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 지난 11일 개봉해 스물여덟살 여성 네 명의 ‘애인 만들기’를 그린 <앵두야, 연애하자>(정하린 감독) 등과 함께 발랄하고 상큼한 독립영화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감독은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조명과 촬영횟수를 줄여 예산 6000만원으로 영화를 찍었다”며, “‘이건 독립영화다’라는 자의식에 빠지지 않고 대중들한테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 사비 4000만원을 털었는데, 개인 돈을 쏟아부어도 스태프에게 제대로 처우해주기 어려운 국내 영화 제작 구조에 대해 아쉬워했다. 준비하던 장편영화는 영화 속 병헌씨와 비슷한 현실에 부닥쳤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는 이렇게 말한다. “네,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번엔 정말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싶습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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