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영화에서의 참혹함은 우리한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본다는 데서 위로를 준다. 반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관객들은 주변의 특별한 삶을 바라보면서 감동을 얻는다. 다큐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와 <링>은 생사를 넘나들며 극한의 고지에 도전하는 산사나이들과 복싱에 일생을 건 선수, 감독의 특별한 삶을 다뤘다. 각 제작사 제공
[문화‘랑’]영화
스포츠 다큐 2편 이달 개봉
스포츠 다큐 2편 이달 개봉
히말라야 오르는 ‘우리는 그곳에…’
코리아 다이렉트 개척 과정 담아 불사조 박현성 관장 삶 담은 ‘링’
여제자들과 올림픽 도전 분투기 억누를 수 없는 도전정신을 가진 이들이 있다. 이들의 삶은 때때로 제 살이 썩는 고통을 참거나, 산 정상에서 숨져가는 동료를 지켜봐야 하는 참혹한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세상은 이들한테 묻는다. “하필 왜 그렇게 힘든 삶을 택했냐”고. 모처럼 극장 개봉관에 걸리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두 편이 이런 질문에 대한 묵직한 대답을 내놓는다. 18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는 1997년 ‘죽음의 루트’로 불리는 히말라야 가셔브룸 4봉(7925m)에서 원정대장 조성대와 11명의 대원이 전세계 최초로 ‘코리아 다이렉트 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원정대가 처음 가셔브룸 등반에 도전했던 1995년, 앞서 서벽을 오르다 숨진 슬로베니아 산악인 슬라브코 스베티치치를 비추며 시작한다. 이전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거대한 얼음산에 목숨을 걸고 단독 등반하는 모습을 담은 실제 영상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첫 원정에 실패하고 2년 뒤, 원정대는 슬라브코가 올랐던 루트를 택했다. 이전까지 아무도 허락받지 못했던 길이었다. 비슷한 시기 등반을 시도한 일본 원정대는 대원 3명이 사망하면서 철수했고, 미국 원정대도 7000m대에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한국 원정대 역시 눈사태로 베이스캠프가 초토화되고, 등반 도중 황기룡 대원과 신동철 대원이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등반대 공격조들은 되뇐다. “두려움을 숨기고 자신감을 가장해야 한다.” 마지막 얼음이나 바위에 박아넣는 발받침용 하켄을 딛고 정상에 오른 등반대는 이렇게 말한다. “그곳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거기 있었다”고. 16년 전 원정대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찍은 영상을 박준기 감독이 재구성하고, 유학재 부대장이 당시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그들이 산을 택한 이유에 답한다. “우리에겐 그게 제일 쉬웠다. 그리고 즐거웠다.”
25일 개봉하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 <링>은 좌절을 겪었던 권투 지도자 박현성(46) 관장이 여제자들을 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박 관장은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고교 시절 복싱 편파 판정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뒤 방황하는 임덕규(황정민)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주인공 유상환(류승범)의 실제 모델인 복싱 선수 서철을 키운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박 관장은 고교 시절 천재적인 복서였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대표 선발전 문턱에서 탈락했다. 이후 조직폭력배 생활, 분신자살 시도로 27차례 수술과 1급장애인 판정을 받았고, 마흔의 나이에 이종격투기 선수에 도전해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는 등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박 관장의 삶과 지도자로서의 마지막 도전을 이진혁 감독이 3년여에 걸쳐 찍었다.
영화는 2012런던올림픽에 여자복싱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박 관장이 올림픽 대표의 꿈을 대신 이뤄줄 유망 여자 선수 박주영, 이혜미 선수를 선발해 올림픽대표 최종선발전 결승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 과정은 여자 선수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거칠고 혹독하다.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매일 강펀치에 얼굴을 대주는 박 관장은 “선수 시절도 괜찮던” 이빨이 성한 것이 없다. 분신 후유증으로 썩어가는 발목 피부 수술을 받고도,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채 링에 올라 선수들을 채찍질한다. “난 널 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둘 다 죽을 순 없으니 나를 죽여야 한다”는 박 관장을 향해 박주영 선수는 눈물을 쏟으며 펀치를 날린다.
박 관장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나를 닮지 마라, 너는 이길 수 있다”고 북돋는다. 그의 투박한 고백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나는 과거를 붙잡고 멈춰버린 시간들을 보냈지. 너희들만큼은 링의 노예가 되지 말기 바란다. 사랑했었다. 너희 전부를….”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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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자들과 올림픽 도전 분투기 억누를 수 없는 도전정신을 가진 이들이 있다. 이들의 삶은 때때로 제 살이 썩는 고통을 참거나, 산 정상에서 숨져가는 동료를 지켜봐야 하는 참혹한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세상은 이들한테 묻는다. “하필 왜 그렇게 힘든 삶을 택했냐”고. 모처럼 극장 개봉관에 걸리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두 편이 이런 질문에 대한 묵직한 대답을 내놓는다. 18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는 1997년 ‘죽음의 루트’로 불리는 히말라야 가셔브룸 4봉(7925m)에서 원정대장 조성대와 11명의 대원이 전세계 최초로 ‘코리아 다이렉트 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원정대가 처음 가셔브룸 등반에 도전했던 1995년, 앞서 서벽을 오르다 숨진 슬로베니아 산악인 슬라브코 스베티치치를 비추며 시작한다. 이전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거대한 얼음산에 목숨을 걸고 단독 등반하는 모습을 담은 실제 영상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첫 원정에 실패하고 2년 뒤, 원정대는 슬라브코가 올랐던 루트를 택했다. 이전까지 아무도 허락받지 못했던 길이었다. 비슷한 시기 등반을 시도한 일본 원정대는 대원 3명이 사망하면서 철수했고, 미국 원정대도 7000m대에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한국 원정대 역시 눈사태로 베이스캠프가 초토화되고, 등반 도중 황기룡 대원과 신동철 대원이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등반대 공격조들은 되뇐다. “두려움을 숨기고 자신감을 가장해야 한다.” 마지막 얼음이나 바위에 박아넣는 발받침용 하켄을 딛고 정상에 오른 등반대는 이렇게 말한다. “그곳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거기 있었다”고. 16년 전 원정대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찍은 영상을 박준기 감독이 재구성하고, 유학재 부대장이 당시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그들이 산을 택한 이유에 답한다. “우리에겐 그게 제일 쉬웠다. 그리고 즐거웠다.”
극 영화에서의 참혹함은 우리한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본다는 데서 위로를 준다. 반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관객들은 주변의 특별한 삶을 바라보면서 감동을 얻는다. 다큐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와 <링>은 생사를 넘나들며 극한의 고지에 도전하는 산사나이들과 복싱에 일생을 건 선수, 감독의 특별한 삶을 다뤘다. 각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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