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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변종 감기, 도시를 재앙에 빠뜨리다

등록 2013-08-08 19:50

살인 바이러스 사태를 그린 <감기>는 할리우드식 재난 영화처럼 컴퓨터 그래픽이나 영웅적 주인공을 내세우는 대신 드라마를 부각시키며 소시민들이 갈등을 풀어나가는 한국형 재난 영화다. 아이러브시네마 제공
살인 바이러스 사태를 그린 <감기>는 할리우드식 재난 영화처럼 컴퓨터 그래픽이나 영웅적 주인공을 내세우는 대신 드라마를 부각시키며 소시민들이 갈등을 풀어나가는 한국형 재난 영화다. 아이러브시네마 제공
[문화‘랑’]영화

김성수 감독 10년만의 연출 ‘감기’
100% 치사율 바이러스에 분당 봉쇄
생존 명분 내세운 다수의 폭력 그려
소재는 친숙하나 현실성 떨어져
어느 날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이 거대한 ‘인간 살처분’ 장소로 변한다. 치사율 100%, 인간끼리 전염되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쏟아져 나오자, 정부는 운동장 땅을 파고 이들을 마구 묻는다. 포클레인들이 인형 더미를 집어올리듯 사람들을 다루고, 그중에는 살아 꿈틀거리는 이들도 있다. 바이러스 발원지는 인구 49만명의 경기도 분당. 군이 도시를 봉쇄하고 잠정 감염우려자 주민 수십만명을 도시 내부에 완전히 고립시킨다. 거대 수용소가 탄천에 차려지고, 감염이 확인되면 바로 종합운동장으로 보낸다. 분당이 전쟁터 같은 대혼란에 빠지는 사이, 다른 도시에선 분당을 봉쇄하는 ‘클린시티 작전’에 90% 넘게 찬성한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감기>는 3초에 한 사람꼴로 사람을 전염시켜 숨지게 하는 치명적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한국을 덮치는 가상 상황을 다뤘다. 일상 속 주변 사람의 기침이 살인 바이러스로 돌변하는 설정이 섬뜩하게 펼쳐진다.

재난 영화는 피해자가 거대 집단이란 것이 특징이다. <감기>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다수를 위해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학살 같은 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러니를 핵심 갈등 고리로 삼았다. <비트> <무사>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10년 만에 돌아와 그동안 국내 상업영화에선 다루지 않았던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삼았다. 장혁이 정의감 넘치는 구조대원 강지구 역으로 <의뢰인>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수애가 감염내과 전문의로 감염된 딸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엄마 김인해역을 맡았다.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로 잘 알려진 아역배우 박민하는 인해의 딸 미르 역으로 나와 어른 배우들을 능가하는 깜짝 놀랄 만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국내로 불법이주를 시도하던 동남아 노동자들이 콘테이너 박스 안에서 집단 사망하고, 이들로 인해 변종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위기가 시작된다. 정부는 감염자들이 분당 바깥으로 나오는 걸 차단하고 이들한테 무차별 발포까지 한다. 의사 김인해는 감염된 딸 미르를 살리려 119 구조대원 강지구와 항체를 구하려고 사투를 벌인다. 폐쇄된 도시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구하려는 대통령과 전국민을 위협할 수 있다는 총리의 논리도 충돌한다.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공간은 집단 매장이 이뤄지는 잠실 종합운동장이다. 도시 전체가 집단 수용소이자 아수라장으로 변한 분당도 실재하는 공간이란 점에서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왜 분당과 잠실 종합운동장일까? 김 감독은 “첫 시나리오에선 격리된 공간이 제주도였는데,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 근처 도시로 설정해야 더 공포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쾌적하고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설정으로 분당을 택했다”고 했다. 잠실 종합운동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말로는 치명적인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사람도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밖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고 바닥이 흙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있어 보였다. 열정과 내지르는 공간이 절규의 공간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의 전복’ 같은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감기라는 일상의 소재로 개연성을 확보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국무총리(김기현)가 대통령(차인표)의 명령을 거부하고 느닷없이 시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리는 부분이나, 군 작전권을 뺏긴 대통령이 수도방위사령부에 미군 전투기를 요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장면 등은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또 바이러스 전파 숙주가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라는 설정은 변종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룬 <아웃브레이크>(1995)에서 숙주를 한국인들이 배달했다는 설정으로 ‘오리엔탈리즘’(동양에 대한 서구의 사고 방식) 논란이 일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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