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은 “어떤 영화에 출연할지는 오로지 감독만 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그의 영화를 고른 관객들이 그다지 ‘실패’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엘리시움>에서 그는 기계들과 격투 장면 등 볼거리뿐 아니라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해준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문화‘랑’] 영화
SF 영화 ‘엘리시움’ 29일 개봉
SF 영화 ‘엘리시움’ 29일 개봉
유토피아 우주정거장과
황폐해진 지구를 대비시켜
부와 빈곤의 불균형 풍자
맷 데이먼과 로봇 격투 볼만 옛날 어느 숲속에 미어캣 한 마리가 살았다. 미어캣은 너무나 작아서 머리 위 높이 매달린 나무 열매며 잎사귀를 다른 동물들한테 모두 빼앗겼다. 설상가상 어느날 숲에 또다른 강적 하마가 나타났다. 미어캣은 더 깊은 절망에 빠졌을까? 선택된 부유층들만 살 수 있는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의 방어막을 뚫으려는 맥스(맷 데이먼)는 “결국 미어캣이 불쌍해지겠지”라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그는 방사능 피폭을 당한 뒤 목숨을 걸고 치료시설이 있는 ‘엘리시움’으로 가려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프레이(앨리스 브라가)의 딸이자 불치병에 걸린 마틸다는 그의 짐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엘리시움>(29일 개봉)은 2154년 극단적인 두 계급으로 갈린 지구 이야기를 다룬 에스에프 영화다. 하지만 이면에는 부와 빈곤의 불균형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엘리시움>에 등장하는 지구인들 사이에는 마치 <설국열차>의 맨 앞칸과 끝칸만 떼서 붙여놓은 것처럼 계급 차이가 선명하다. 한쪽은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서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며 산다. 또 다른 계층은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에 산다. 엘리시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축복받은 이들이 사는 낙원’으로, 영화에서는 50여만명의 최상위 부유층들이 지구 밖에 유토피아처럼 만든 우주정거장이다. 이곳에는 가난과 전쟁, 질병이 없고 치안이 완벽해 지구에 사는 가난한 이들이 절대 침입할 수 없는 곳이다.
영화는 지구에서 하층민으로 살아가던 맥스가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된 뒤, 치료시설이 있는 엘리시움에 진입하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그렸다. 맥스의 뇌에는 엘리시움 시민 인증 시스템을 파괴할 정보가 저장돼 있다. 이게 작동되면 지구에 사는 하층민 누구나 엘리시움에 진입할 수 있다. 엘리시움 정부는 맥스를 처치하기 위해 용병 크루거(샬토 코플리)를 고용해 방어에 나선다.
주인공 맥스가 신체와 결합되어 로봇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3세대 엑소 슈트’를 입고 경호 로봇 드로이드와 대결하는 액션 장면이 볼거리다. 1억1500만달러(1280억원)짜리 잘 만든 오락영화지만 환경, 부의 쏠림, 계층간 차별 등의 내용도 부담스럽지 않게 담았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뽐내는 캐나다 밴쿠버가 낙원인 ‘엘리시움’의 촬영지였고, 황폐해진 지구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2009년 첫 상업영화 <디스트릭트 9>으로 2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그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디스트릭트 9>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외계 수용소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극단적인 인종 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와 계급 문제를 다뤘는데, 이번 <엘리시움>에서도 비슷한 주제 의식을 반영했다. 그는 “현실에서 계층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극단적인 부와 빈곤에 대한 이미지를 나란히 놓고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엘리시움의 계급 장벽을 허물 ‘열쇠’를 지닌 맥스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은 14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블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에 매료돼 감독에 대한 신뢰 하나만 갖고 영화에 참여했다. 오락영화로서 즐겨줬으면 하지만 지금 사회와 비교해보면 관객들한테 울림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외계인 관리책임자’ 역을 맡았고 이번에 용병 크루거를 연기한 샬토 코플리는 “어떤 관점에서건 지금 사회를 풍자한다는 의미를 담아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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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시움>.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엘리시움>.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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