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과 관련해 영화인회의 등 12개 영화계 단체가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작품을 연출한 백승우 감독(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계 공동대응
“메가박스는 압력단체 고발해야”
진상규명위 꾸려 외압 규명키로
“메가박스는 압력단체 고발해야”
진상규명위 꾸려 외압 규명키로
극장체인 메가박스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돌연 중단해 ‘정치적 외압’ 논란을 빚는 가운데 주요 영화단체들이 9일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라며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만화가 허영만씨 등 문화예술인 100여명이 참여한 ‘문화다양성 포럼’도 이날 성명을 내어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 상영을 중단시키는 행태가 용인된다면 대한민국 스스로 야만적인 사회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될 기미다.
이날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엔 극장관련 단체를 제외하곤 사실상 영화계가 ‘총출동’했다.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제작가협회 등 12개 단체는 “정체불명 단체의 압력으로 상영중인 영화를 중단한 것은 영화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메가박스 쪽이 협박을 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이들을 수사당국에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영화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이들 단체가 특정 사안에 대해 동시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는 국방부 보고서를 토대로 풀리지 않은 의문을 제기하고,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해 법원에서도 상영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4일 법원은 국방부 관계자 등이 낸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영화 제작 의도가 천안함 사건의 의혹 제기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보다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 관계자의) 실제 증언과 다른 허위가 개입되지 않았고, 영화로 인해 관련자들의 명예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계는 특정 세력의 외압이 영화 산업의 궁극적 목표인 극장 상영을 막는 단계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우선 메가박스 쪽에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재개 요구와 함께 협박을 했다는 보수단체 공개, 이들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영화 발전이 위축되지 않도록 <천안함 프로젝트>의 재상영에 행정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했다.
영화계는 이날부터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직접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노력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영화를 기획·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법정 공방까지 가지 않도록 메가박스가 즉시 재상영을 결정하고, 어떤 단체가 개입됐는지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 문화계의 수치로 기록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쪽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사회 단계부터 위협이 감지됐고, 영화 개봉 뒤 프로그래머들한테 욕설과 관객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전화가 지속적으로 걸려와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야 했다. 영화 배급사와 협의·합의를 거쳤으며, 갑작스런 상영 중단은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말하며 구체적 단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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