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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 시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등록 2013-10-01 19:36수정 2013-10-01 20:38

영화 ‘화이’ 개봉 앞둔 장준환 감독

‘지구를…’ 이후 10년만의 작품
사회와 단절된 인간 내면 그려
“관객 마음에 남는 작품 될것”
장준환(43) 감독은 “내가 원래 늦되는 사람 같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두번째 장편을 내놓기까지 10년은 너무 긴 세월이라고 물었다. 그는 “30대 중반에 첫 영화를 찍었다. 이후 준비하던 영화가 두차례 엎어지면서 어느새 40대를 넘었더라. ‘여기가 끝인가’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03년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소시민 병구(신하균)가 외계인의 음모를 밝히려 좌충우돌한다는 판타지 영화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그야말로 ‘괴물’ 같은 잠재력을 보였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장 감독의 새 영화 <화이>(10월9일 개봉)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높다. 3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이번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에서 보였던 톡톡 튀는 느낌, 뒤통수치는 재기발랄함과는 다른 영화”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감독이든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이 남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열망이 있을 텐데, <화이>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힘을 줬다.

영화는 잔혹한 범죄자인 5명의 ‘아빠들’ 밑에서 범죄기술을 배우며 자라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화이(여진구)가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된 뒤, 아빠들을 상대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지존파’ ‘막가파’를 떠올리게 할 만큼 전작과 비교해 거칠고 강한 인상을 준다.

장 감독은 “인간의 밑바닥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는 무겁고 강렬한 걸 좋아한다. 그러기 위해 형식적으로 강렬해야 영화적 완성체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화 <대부>나 ‘그리스 비극’ 같은 진중한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고 한다. “다양한 층위의 인간 군상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와 단절된 인간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영화 자체의 짜릿함을 즐긴 뒤, 극장문을 나설 땐 영화 속에 담긴 파장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리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영화의 소재나 주인공들이 너무 ‘돌출적’ 인물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장 감독은 “너무 정확하게 보편적인 것들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권위로 아들한테 군림했던 ‘전형적인 아빠들’이 5명이나 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바라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화이’ 역을 맡은 여진구가 전면에 등장한다. 10년을 벼려온 영화에 16살 어린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솔직히 두가지 걱정이 있었어요. 어린 나이로 이렇게 복잡하고 강렬한 성격을 소화할 배우가 있을까, 한편으론 어린 배우가 이 캐릭터로 커다란 상처를 입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죠. 그런데 여진구가 성인도 아이도 아닌 그 또래만의 섬세함을 크리스탈처럼 반짝거리게 너무나 잘 연기해줬어요. 행운을 만났죠.”

그는 충무로 흥행배우 김윤석(석태 역)한테도 “폭력성 안에 순수함을 간직한 석태를 온몸으로 부딪쳐서 표현해준 게 대단했다”며 특히 영화 막바지 여진구와 둘이 열정을 토하며 대결하는 장면에서 짜릿함까지 느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를 못하면서 10년이란 시간을 잃은 대신,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는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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