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신분 차이 넘어선 사랑, 신의 사랑과 통해요”

등록 2013-10-03 20:14수정 2013-10-03 21:21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라: 축복’ 주연 고스와미
인도는 부처가 태어난 곳이자 3억여 힌두신이 공존하는 나라다. 인도인들은 위대한 불교 지도자가 수백년에 걸쳐서 환생(린포체)한다는 사실을 믿고, 힌두신 사라스와티에게 무희로 바쳐진 여성 ‘데바다시’를 영매로 대접한다. 한편에선 신분 차별 제도인 카스트가 지금도 남아있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선보인 <바라:축복>은 이런 문화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가 열린 2일 밤, <바라:축복>의 여주인공 샤하나 고스와미(27)와 만났다. 그는 “영화에서 원래 데바다시였던 릴라가 샴을 통해 경계를 둔 사랑을 초월하면서 근원적인 신과 만나고, 결국 신과 사람의 사랑을 통합해서 본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착한 일을 하면서 권선징악을 따르는 것, 그러면서 ‘좋은 카르마(인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라: 축복>에서 ‘릴라’ 역을 맡은 샤하나 고스와미는 인도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전한다. 그는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부산이 너무 아름답다”며 일반 개봉의 길이 열려 한국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부산/뉴스1, 한웨이필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라: 축복>에서 ‘릴라’ 역을 맡은 샤하나 고스와미는 인도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전한다. 그는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부산이 너무 아름답다”며 일반 개봉의 길이 열려 한국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부산/뉴스1, 한웨이필름 제공

영화는 한 시골마을의 사원에 바쳐진 ‘데바다시’ 릴라(샤하나 고스와미)와 조각가를 꿈꾸는 하층민 샴(다베시 란잔)의 사랑을 그렸다. 신과 영적 교감을 나누는 릴라는 자신과 닮은 신의 형상을 조각하려는 샴을 만난다. 그리고 신과의 사랑, 인간과의 사랑의 경계를 허물고 ‘진정한 사랑’을 완성한다. ‘바라타나티암’이란 전통 춤으로 신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릴라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있다.

고스와미가 선보이는 인도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은 영화의 중요한 소재다. 그는 “인도 전통춤 특유의 손동작이 있는데, 이건 신에 대한 숭배와 신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길흉화복과 사랑에 대한 투쟁 등을 말하려는 것”이라며 “영화에 쓰인 춤은 실제로 3개월밖에 배우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10년 넘게 여러 춤을 익힌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후반부 두 사람의 ‘금지된 사랑’을 들키자 릴라가 샴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결정’을 내리고, 눈이 없는 크리슈나신 조각상을 구해 샴과 마을 사람들 앞에 내놓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고스와미는 “샴이 조각을 완성하게 하게 함으로써 사랑을 위해 낮은 신분의 샴과 계급의 차이를 줄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며 “사랑을 위해 차별과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신의 사랑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인도 델리 출신으로 영국 부커상 수상작을 영화화해 화제를 모은 <미드나잇 칠드런>(2012)과 발리우드 인기 록뮤지컬 <락 온>(2008) 등으로 이름을 알려온 배우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이 “릴라에 걸맞은 여주인공을 찾기 위해 로케이션 헌팅을 떠난 적이 있는데, 그 여정이 고스와미를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들 정도의 배우였다. 샤하나가 바로 릴라였다”고 극찬을 한 배우다.

편집·음악 작업 등에는 이른바 ‘왕자웨이(왕가위) 사단’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했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명작 <마지막 황제>를 제작했던 제레미 토마스와 아카데미 수상작 <간디>의 수레시 진달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고스와미는 “최고의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는 굉장한 경험이었다. 연출과 스태프, 배우라는 세 꼭지점이 만나서 완벽하면서도 창조적인 삼각형을 만들었던 것 같다”며 “한국에도 영화가 일반 개봉돼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부탄 출신 종교적 지도자로 꼽히는 승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다. 그는 19세기 티벳 불교계의 위대한 지도자 ‘잠양 키엔체 왕포’의 환생임을 인정받아 세계 불교계에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노르부 감독의 첫 영화 <컵>(1999)에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선사했고, 두번째 영화 <나그네와 마법사>(2003)도 소개하는 등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거장들의 작품을 전세계에 배급해온 ‘한웨이 필름’이 한국 개봉을 준비하고 있어 국내 영화관객도 이 영화를 만나볼 가능성이 열려있다.

부산/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