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무당은 누구인가…김금화 ‘다큐 영화’가 답한다

등록 2013-10-16 20:11

‘디엠지(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개막작 <만신>
‘디엠지(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개막작 <만신>
‘만신’ ‘비단꽃길’ 17일 동시개봉
무속의 세계 다루며 근대사 엮고
씻김굿의 예술성 차분히 재조명
“무당에 관한 직접적인 첫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남해왕조의 것이다. 신라 2대 남해왕은 차차웅으로 불렸는데, 이는 방언으로 무당을 뜻했다고 한다. 또한 고구려에서도 무당이 유리왕의 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낫게 한 기록이 보인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만신’(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은 이처럼 오랜 세월 우리의 삶과 역사 속에 뿌리내렸지만 미신이라는 이유로 천시당해왔다. 나라를 태평하게 하고 국민의 안위를 돌본다는 ‘나라만신’ 김금화(82·중요무형문화재 82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편이 관객들을 찾는다. 17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열리는 제5회 ‘디엠지(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개막작 <만신>(위 사진)과 같은날 개봉하는 영화 <비단꽃길>(아래)이다.

영화 <비단꽃길>
영화 <비단꽃길>

먼저 <만신>은 김금화의 생애를 통해 굿에 깃든 상상력과 무속의 세계, 나아가 그가 살아낸 한국 근대사를 씨줄날줄처럼 엮어낸 작품이다. 민속문화와 토속종교에 천착해 온 박찬경 감독의 장편이다.

영화는 황해도에서 태어나 17살 때 내림굿을 받은 뒤 19살에 홀로 대동굿을 주관할 만큼 기량이 뛰어났던 김금화가 무형문화재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때론 장중하고, 때론 해학 넘치는 무악과 함께 담아냈다. 김금화는 한국전쟁 때 무당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을 받자 월남했다. 그 후 새마을운동을 겪으며 미신 타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국풍 운동 덕분(?)에 무형문화재가 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박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선생의 일생엔 한국 근대사가 오롯이 녹아있어 그 삶을 통해 근대사를 무속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며 “또 미신이나 저급한 문화로 여겨지는 무속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픈 욕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무속적 관점을 넘어 이 영화는 한 소녀가 자신의 운명과 역사에 당당히 맞서 이긴 ‘여성 승리사’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금화의 회상 장면엔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기법을 삽입했다. 배우 김새론·류현경·문소리가 김씨의 나이대별 모습을 재연했다. 박 감독은 “무당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존재이기에 그 상상력과 판타지를 표현하기 위한 여러 요소를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2년 전 김씨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와 에세이 <복은 나누고 화는 푸시게>를 읽고 영화화를 결심하고 김금화를 다룬 단편 <그날>(2011)과 <갈림길>(2012)을 만들기도 했다. 박 감독은 “앞으로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공포영화 형식을 빌어 무속을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만신>은 디엠지 영화제에 이어 내년 3월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또 한 편의 다큐 <비단꽃길>은 김금화의 삶을 ‘예술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작품이다. 비단꽃길은 ‘비단꽃’(금화)이라는 이름의 김씨가 걸어온 무속의 삶 자체를 뜻한다. 파란 눈의 신딸 안드레아 칼프(독일인)가 미국 하와이의 신당에서 김씨에게 배운 씻김굿을 펼치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듯 하다. 영화는 김씨가 하와이, 프랑스 민속박물관과 에펠탑 등지에서 굿을 펼치는 모습을 통해 굿이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임을 강조한다.

김정욱 감독은 “한국무용, 판소리, 국악 등의 뿌리는 결국 모두 굿”이라며 “김 선생의 삶을 통해 공연예술로서의 굿, 전통예술가로서의 무당을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디엠지 영화제·마운틴픽처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