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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77살 로버트 레드퍼드, ‘노인과 바다’의 울림을 주다

등록 2013-10-24 20:03

<올 이즈 로스트>(11월7일 개봉)
<올 이즈 로스트>(11월7일 개봉)
새달 7일 개봉 ‘올 이즈 로스트’
인도양서 조난된 사나이 생존기
“파멸당할지언정 패배하진 않는다”
헤밍웨이 소설 대사처럼 명연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조각배에 홀로 몸을 싣고 청상아리와 사투를 벌인다. 자신이 낚은 일생일대의 물고기를 지키려는 대결에서 분패한 뒤 “인간은 파멸당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고 그는 뇌까린다.

인도 수마트라 해협 부근 망망대해, 여기에 ‘모든 걸 잃은’ 만년의 평범한 사내가 있다.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와 반나절 분량 식량뿐. 일주일 전, 바다에 떠다니던 컨테이너 상자가 사나이가 몰던 요트와 충돌했고, 배 옆구리가 깨지면서 항법장치와 통신장비가 모두 망가졌다. 설상가상으로 폭풍우가 몰려와 깨진 요트는 거센 파도 속에 빨려들어갔다.

한때 자신을 보호해주던 요트 안 선실은 숨을 조여오는 완전한 고립의 공간으로 변한다. 결국 요트가 침몰하고 구명용 조각배에 올라탄 그에게 남은 것은 물통 하나와 통조림 몇개, 볼펜과 노트 한 권, 그리고 <요트맨을 위한 별자리 항해법>이란 책뿐. 어디인지 분간조차 어려운 바다 밑에는 상어들이 득실거린다. 지나가던 화물선을 향해 쏜 조명탄도 무용지물, 구조 요청을 위해 유일한 생존수단인 보트마저 불태우는 시도를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그럼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스스를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와 꼭 닮아 있다.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인도양 한복판에서 조난당한 남자의 생존 투쟁기로, 일흔일곱살 노배우 로버트 레드퍼드의 모습이 소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연상시킨다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영화 <올 이즈 로스트>는 인도양 한복판에서 조난당한 남자의 생존 투쟁기로, 일흔일곱살 노배우 로버트 레드퍼드의 모습이 소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연상시킨다 유피아이코리아 제공

<올 이즈 로스트>(11월7일 개봉)는 인도양에서 조난당한 한 사나이의 8일 동안의 생존기를 다뤘다. <라이프 오브 파이>나 <그래비티> 처럼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을 다뤘지만, 판타지 같은 설정이나 극적인 사연 없이 1시간46분 러닝타임 동안 단 한명의 인물(로버트 레드퍼드)만 등장한다. 주인공의 이름도 안 나오고 대사도 “에스오에스 콜, 여기는 선박 버지니아진”이라는 구조요청과 절대 고립감을 견디지 못하고 내뱉는 욕설 한마디뿐이다.

하지만 영화 내내 묵묵하지만 온몸을 던져 대자연에 맞서는 노인의 모습은 실로 울림이 크다. 1936년생으로 올해 77살이 된 ‘시대의 명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관객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놀랍다. 삶에 집착하지도 않고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연기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스팅>(1973) <흐르는 강물처럼>(1992) 등 여러 명작들을 남긴 대배우답다.

레드퍼드보다 38살 아래인 J.C. 섄도어(39) 감독은 뛰어난 연출력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섄도어 감독은 2011년 데뷔작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로 단숨에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그해 전미비평가협회와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희망, 꿈, 두려움과 같은 원초적인 인간의 특징을 <올 이즈 로스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용감하게 투쟁하는 레드퍼드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온라인 예매 30분 만에 전회차 매진을 기록했고,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도 초청돼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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