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 곽정환 회장
300여편 제작·지원 영화계 쥐락펴락
1960년대 이후 수십년 동안 한국 영화계를 쥐락펴락하면서 ‘충무로의 대부’로 불린 서울극장 곽정환 회장이 8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
곽 회장은 1960년대 영화계에 뛰어들어 합동영화사를 설립해 <7인의 여포로>(1965·이만희 감독), <사람의 아들>(1980·유현목 감독)을 비롯해 1996년 <애니깽>에 이르기까지 300여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를 제작하거나 지원했다.
제작자로서 못잖게 전국에 수많은 극장을 운영하면서 한때 전국 최대의 극장체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1978년 세기극장을 인수해 만든 종로 ‘서울극장’은 2000년대 초까지 한국 극장계의 간판이었고, 부산의 아카데미극장, 대영시네마, 은아극장과 대구 중앙시네마, 경기도 의정부 중앙극장 등 20여개 극장을 운영하며 국내 영화 배급망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내에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워너브러더스와 20세기폭스사 등의 외국 영화들을 수입 배급했고, 투자자로서도 1990년대 최대 흥행작들인 <투캅스2>, <초록물고기>, <넘버3>, <편지>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합동영화사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거쳐간 곳으로 유명하다. 배우 박중훈이 합동영화사 사무실 청소까지 해가며 영화 <깜보>(1986)로 데뷔한 일화가 유명하고, 강제규·이준익 감독과 영화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씨네2000’ 이춘연 대표 등 많은 영화인들이 합동영화사를 통해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유족으로는 유명 영화배우인 부인 이경희(예명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씨와 아들 승남(서울극장 부사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1일 오전 8시. (02)2072-2091~3.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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