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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할 ‘약속의 땅’

등록 2013-11-28 20:02수정 2013-11-29 13:45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프라미스드 랜드’ 새달 개봉
에너지 개발 논리에 맞서
환경 보호 중요성 일깨워
16년전 ‘굿 윌 헌팅’ 짝꿍
맷 데이먼과 밴 샌트 재결합
원자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에너지 자원 개발에는 항상 “환경과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뒤따른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왜 전력을 주로 쓰는 서울이나 도쿄 같은 인구밀집지역 근처에 원전을 짓지 않을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생산 전력의 2%를 넘는 송전 손실을 감수하며 주요 전력 소비지인 도쿄에서 220㎞ 떨어진 곳에 지어진 것이나, 울진·월성·고리 등 인구밀집지역과 가장 먼 곳에 원전을 짓는 우리의 현실은 원자력의 위험성을 간단한 역설로 보여준다.

원전을 건설하려는 주체들은 환경과 안전을 걱정하는 지역 주민들의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막대한 이권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전 건설 때 원전 1기에 총액 1000억엔 이상의 현금을 지원했고, 당시 한 재계 인사가 “똥밭에 학이 내려앉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에서 극중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글로벌’은 에너지원을 원자력에서 천연가스로 바꿨을 뿐 과거 원전 건설에 적용하던 기업의 이기적 논리 그대로 시골마을 맥킨리에서 천연가스 채굴 사업에 나선다. 최연소 부사장이자 불패의 협상 전문가 스티브 버틀러(맷 데이먼)는 마을 주민들에게 예상을 넘는 보상비를 제시하며 땅을 사들인다. 일부 주민들은 버틀러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지만, 다른 편에선 “돈에 눈이 멀어 잘못된 결정을 할 때가 많다”며 반발한다.

버틀러는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와 지역 정치인을 뇌물로 회유하는 것은 물론 협박에 가까운 협상도 마다않는다. 하지만 공학 전공자이자 보잉사 연구원 출신인 마을 학교 선생님 예이츠(핼 홀브룩)가 “천연가스 개발이 마을을 파괴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환경운동가 더스틴 노블(존 크러신스키)이 천연가스를 추출했던 다른 지역에서 토양 오염 탓에 쓰러진 젖소 사진을 들고 나타나면서 반발은 더 커진다. 버틀러는 최종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열리기까지 2주 동안 마을에 머물면서 자기 임무를 수행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변화가 시작된다. 이 회사를 위해선 피도 눈물도 없었던 버틀러가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마을 사람들을 겪으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된 것이다.

영화는 잔잔한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에너지 개발을 명분으로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해온 개발논리의 허상을 보여준다. ‘약속의 땅’이라는 뜻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환경을 빼고 눈앞의 이익만 추구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고 말한다. “돈을 주는 게 마을 사람들을 돕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땅이 파괴되는 것을 묵인한 대가”라는 마을 주민의 말도 울림을 준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16년 전 <굿 윌 헌팅>과 닮았다. 맷 데이먼과 거스 밴 샌트 감독이 다시 만났고, 깊이 있는 주제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나가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점도 비슷하다.  CGV 무비꼴라쥬 제공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16년 전 <굿 윌 헌팅>과 닮았다. 맷 데이먼과 거스 밴 샌트 감독이 다시 만났고, 깊이 있는 주제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나가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점도 비슷하다. CGV 무비꼴라쥬 제공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는 재미가 없을 것이란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탄탄한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상영 시간 104분이 훌쩍 지나가게 만든다. 개발 여부를 결정짓는 마을 주민들의 투표 과정에서 두차례 기막힌 ‘반전의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재미와 감동, 교훈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만한 충분한 요소가 있다.

환경운동가로도 잘 알려진 맷 데이먼이 자신을 스타로 만들었던 <굿 윌 헌팅>(1997)에서처럼 이번 영화에도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굿 윌 헌팅>은 당시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도 데이먼이 더스틴 역으로 출연한 존 크러신스키와 함께 각본을 썼다. 거스 밴 샌트 감독도 <굿 윌 헌팅>에 이어 다시 데이먼의 시나리오로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도 5월 열린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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