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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변하지 않는 상식’ 지키려는 법정영화

등록 2013-12-02 19:29수정 2013-12-02 22:33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은 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개인사에 함몰되지 않고 공권력의 참혹한 인권유린에 맞서 인권·사상과 표현의 자유 같은 ‘변하지 않는 상식’을 위해 싸우는 본격 법정영화다. 위더스필름 제공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은 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개인사에 함몰되지 않고 공권력의 참혹한 인권유린에 맞서 인권·사상과 표현의 자유 같은 ‘변하지 않는 상식’을 위해 싸우는 본격 법정영화다. 위더스필름 제공
영화 ‘변호인’ 먼저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사보다
공권력에 맞서는 투쟁에 초점
송강호의 3분 법정변호가 ‘압권’
적절한 유머와 주제의식이 조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는 전두환 정권시절 부산지역 최대 용공조작 사건 ‘부림사건’에 대해 “내 삶을 바꾸었던 바로 그 사건”이라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얼마나 맞았는지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발톱이 새까맣게 죽어있었다…. 그 어머니는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시신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던 김주열을 생각하면서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겠다고 영도다리 아래부터 동래산성 풀밭까지 실성한 사람처럼 헤매고 다녔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19일 개봉)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을 뿐 영화 내용은 허구’라고 밝힌다. 하지만 지난 29일 공개된 영화를 보면 책 <운명이다>에 나온 내용을 영화의 트리트먼트(줄거리 전개를 담은 글)로 썼다고 느낄 만큼 사실에 뼈대를 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부림사건을 통해 인권변호사로 거듭나게 된 과정뿐 아니라 불법구금된 피해자들한테 가해지는 가혹한 고문장면, 시신이라도 찾겠다던 어머니의 일화나 당시 부산에서 이름 높던 김광일·이홍록 같은 인권변호사들이 “변호에 나설 경우 함께 엮어 넣겠다”는 검찰 쪽 협박을 받아 ‘변호사 노무현’한테 부림사건이 넘어오게 된 일들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한 인물의 개인사에 주목하는 대신 법의 원칙과 상식으로 공권력의 참혹한 인권유린에 맞선다는 내용의 본격 법정 영화에 가깝다. 영화는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약하지만 살아있는 거다. 계란이 부딪쳐 바위를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졸에 돈도 빽도 없이’ 사법시험을 통과해 돈 버는 데 여념이 없던 세무 전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은 우연한 계기로 ‘부림 사건’을 맡게 된다. 고시공부 시절 밥집 주인 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가 이 사건에 연루돼 국가전복을 계획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불법구금과 살인적인 고문을 당한다. 여기에 맞서 송 변호사가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5차례 공판을 벌이면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인다.

영화는 누구보다 극적인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을 소재로 적절한 유머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 잘 짜인 극적 구성이 조화를 이뤄 묵직한 재미를 던져준다. 여기에 송강호를 비롯해 김영애, 곽도원, 오달수(동호 역) 등 중량감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영화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영화 <설국열차>, <관상>에서 올해 18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송강호가 “내 작은 진심은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만큼 뜨거운 연기를 펼친다. 2차 공판에서 3분에 이르는 법정 변호를 롱테이크(편집없이 한 장면으로 길게 찍기)로 찍은 장면은 숨을 죽이게 할 만큼 압권이다. 고문 형사 차동영(곽도원)을 증인으로 불러 “국가란 국민”이라고 절규하며 헌법의 가치를 역설하는 장면도 깊은 울림을 준다.

선고 공판에서 두 차례의 반전이 교차하며 극적인 결말을 맺은 뒤, 마지막 장면은 87년 6월 항쟁 당시 부산 거리를 비춘다. 송 변호사가 전경과 군중 사이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장면은 사진으로 기억되는 당시 ‘변호사 노무현’의 모습을 그대로 갖다 쓴 것처럼 보인다. 양우석 감독은 “끝내 우리가 지지 않은 싸움을 했다는 것을 전달해 관객들이 따뜻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게 하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송 변호사는 진우라는 인물을 변호하지만, 실은 그가 ‘변하지 않는 상식’을 변호한 것이란 뜻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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