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콕콕] 진화하는 소셜무비
5일 서울 한 극장에서 ‘금연’을 소재로 한 <세 개의 거울>이란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김경형 감독과 <공정사회> 이지승 감독, 배우 이범수가 감독으로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보건복지부가 금연을 권장하기 위한 ‘문화 프로젝트’로 만든 영화입니다.
<세 개의 거울>은 공공기관에서 만든 기존 홍보성 영상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감독과 배우 모두 전문 영화인들이 제작했고, 홍보성 영화라면 으레 연상되는 허술한 이야기 구조나 조악한 영상도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는 극장에서 한 번 상영한 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등으로 배포된다는 점입니다. 극장 상영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영화를 무료 공개하는 이른바 ‘소셜무비’입니다. 특히 영화 속 세 편 중 하나인 이지승 감독의 <트랩>은 전반부 5분을 먼저 완성해 공개한 뒤, 누리꾼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후반 5분을 완성했습니다.
소셜무비는 2년 전 한 온라인 마케팅 회사가 외국계 기업 광고를 만들면서 처음 쓴 말이라고 합니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관심을 끌 만한 괜찮은 ‘영화’로 만든 뒤, 무료로 배포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주로 기업 홍보용으로 쓰이던 이 소셜무비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포털사이트 다음이 10억원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해 인기 웹툰 <미생>을 영화화한 뒤, 누리꾼들한테 무료 공개 했습니다. 요즘 유튜브 등에서 인기 있는 영화 <출출한 여자>는 독립영화 쪽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윤성호·이병헌 등 감독 5명과 최필립·홍완표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 소셜무비입니다. 요리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영화로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개봉했습니다. 영화 공개 사흘 만에 조회수 1만8000건을 기록한 뒤 네이버 쪽의 요청으로 ‘티브이(TV) 캐스트’에서도 확대 상영하고 있습니다. 홍콩 식료품업체에서 제작비를 지원받는 대신, 영화 내용에 간섭되지 않는 수준의 간접광고(PPL)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했습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소셜무비는 무료이고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고 전파력이 강한 만큼 영상의 질만 보장된다면 기업이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상업영화에서도 활용 방법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합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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