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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거창양민학살’ 가해 군인의 화해 손짓

등록 2013-12-19 19:51수정 2013-12-19 20:50

<청야>는 1951년 국군이 ‘빨치산 토벌’을 명분으로 거창 주민 719명을 학살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는 “몰랐다면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사 꿈꿀권리 제공
<청야>는 1951년 국군이 ‘빨치산 토벌’을 명분으로 거창 주민 719명을 학살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는 “몰랐다면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사 꿈꿀권리 제공
다큐와 애니메이션으로 재연
현지 귀농한 김재수 감독 작품
아이는 60년 넘은 사진 안에서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아이가 살던 경남 거창군에서 주민 719명이 ‘빨갱이’란 누명을 쓰고 학살당했다. 당시 사망자 가운데는 어린이 358명도 포함돼 있었다. 그중에는 군홧발에 차여 죽은 아이들도 있었다. 당시 군인들은 솔가지와 장작으로 숨진 사람들을 덮고 불을 질렀다고 한다. 학살이 자행됐던 곳 가운데 하나인 박산골 골짜기에 “주검을 보고 새까맣게 몰려든 까마귀떼들이 3년간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는 증언은 참혹했던 당시 모습을 전한다.

아이의 가족들도 모두 그렇게 숨졌지만 아이만은 살아남았다. 목숨을 걸고 아이를 살려낸 것은 당시 육군 11사단 9연대 일등병으로 ‘거창양민학살 사건’에 가담했던 ‘이노인’(명계남)이다. 이노인은 수십년이 흘러 치매에 걸린 상황에서도 당시 아이한테 했던 “오줌 안 마렵니? 나오면 안 돼” 라는 말을 반복한다. 맑은 정신이 돌아온 어느 날, 그는 손녀 지윤(안미나)의 도움으로 이제 노인이 됐을 빛바랜 사진 속 아이를 찾아 화해의 손을 내밀기 위해 거창으로 떠난다.

<청야>는 1951년 국군이 ‘빨치산 토벌’을 명분으로 거창 주민 719명을 학살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는 “몰랐다면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사 꿈꿀권리 제공
<청야>는 1951년 국군이 ‘빨치산 토벌’을 명분으로 거창 주민 719명을 학살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는 “몰랐다면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사 꿈꿀권리 제공

영화 <청야>(26일 개봉)는 1951년 2월9일부터 사흘간 벌어졌던 ‘빨치산 토벌’을 명분으로 국군이 거창군 신원면 주민 719명을 학살한 ‘거창양민학살사건’을 다뤘다. 영화는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군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된 한 노인의 60년 전 기억을 따라가며 참회하고, 용서를 얻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렸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형식을 섞어 참혹했을 현장의 모습을 재연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주검들 틈에서 숨진 엄마의 젖을 빨다 구출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거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장면은 특히 충격을 준다. 영화 제목은 벽을 튼튼히 하고 들의 곡식을 거둬들여 적의 식량 보급을 끊는다는 뜻의 ‘건벽청야’에서 따왔다. 거창사건 당시 군의 비공식 작전명이었다고 한다.

<천국의 세상>(2007), <클럽 버터플라이>(2001) 등을 연출한 김재수 감독이 거창양민학살이 일어난 신원면에 귀농한 뒤, 이 사건을 알게 되면서 영화화가 이뤄지게 됐다. 김 감독은 “치유와 화해를 통해 앞으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배우 명계남이 거창사건에 ‘빨치산 토벌대’로 투입돼 뜻하지 않게 학살에 가담하게 된 이노인 역을 맡았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등으로 이름을 알려온 안미나가 할아버지의 화해를 돕는 손녀 지윤 역을 맡았다. 거창군이 지원한 1억2500만원을 포함해 총제작 비용이 2억5000만원으로 16일 만에 영화를 제작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화적 완성도 면에는 아쉬움이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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