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영화 제작을 마치고도 미개봉 상태로 또 한해를 넘기게 된 영화 <조선미녀 삼총사>의 한 장면. 각 회사 제공
하지원 주연 ‘조선미녀 삼총사’
일정 차질 해넘겨 새해초 개봉
제작 끝내고 대기 영화만 18편
일정 차질 해넘겨 새해초 개봉
제작 끝내고 대기 영화만 18편
한 해가 저물면 사람만 나이 드는 게 아니다. 영화계에도 영화 제작을 마친 뒤 여러 사정으로 상영관을 잡지 못한 채 해를 넘기며 나이를 먹는 영화들이 있다. 내년 초 개봉하는 <조선미녀 삼총사>처럼 촬영을 마쳤음에도 우여곡절 끝에 연도가 바뀌어 개봉하는 영화들이 그렇다.
<조선미녀 삼총사>는 <쉬리>(1998)의 각색과 <은행나무침대2-단적비연수>(2000)의 연출을 맡았던 박제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중대형급 영화다. 하지원이 조선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 ‘진옥’ 역으로 출연해 흥행요소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영화 후반 작업 업체를 교체하면서 문제가 빚어졌고, 투자·배급을 맡은 쇼박스의 다른 영화들과 개봉 일정이 충돌해 밀리다가 뒤늦게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쇼박스 쪽은 “규모가 큰 영화들은 개봉 시기를 한차례 놓치면, 다음 성수기까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개봉한 김현석 감독의 <열한시>(관객수 87만명)는 애초 계획된 제작 완료 일정과 살짝 어긋난 게 원인이 돼 크랭크업 뒤 1년 이상 개봉이 미뤄진 경우다. 순제작비 45억원이 들어간 이 영화는 원래 지난해 10월 촬영을 끝내고 올해 초 개봉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 분량이 많아지면서 작업 일정에 차질을 빚자 아예 개봉일을 연말로 미뤘다. 투자·배급사인 씨제이엔터테인먼트는 “계획대로 개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스릴러 장르’가 통하는 계절 특성을 살려 아예 늦가을로 개봉 시기를 늦추자는 전략을 짰던 영화”라고 밝혔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거액을 투자한 영화들은 그나마 언젠가 개봉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지만, 흥행보다 작품성에 우선을 둔 ‘작은 영화’들은 관객과의 만남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개봉한 임창정 주연의 저예산 영화 <창수>는 2011년 여름 크랭크업을 한 뒤 무려 2년4개월 만에 극장에 걸렸다. 임창정이 “10억 넘는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고 개봉을 못해 이덕희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며 눈물을 보였을 정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작품성도 인정을 받았지만, 흥행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급사가 나타나지 않아 하염없이 미뤄졌다. 영화는 42만명을 동원하며 제작비(11억원)의 3배가량 매출액(31억원)을 기록하는 ‘반전 성공’을 거뒀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누리집 ‘한국 영화 제작 상황판’을 보면,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도 ‘개봉 준비’ 상태로 있는 영화는 18편에 이른다. 2012년 제작을 마친 9편이 ‘개봉 삼수생’으로 남게 됐고, 2011년에 크랭크업하고 4년째 기약 없는 미개봉 상태로 남은 영화도 3편이나 된다. 이 가운데 김영빈 감독의 <도시의 풍년>(2011년 8월 크랭크업), 이로이 감독의 <멜로>(2012년 4월) 등 상당수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나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인정작 등으로 완성도가 검증된 작품들이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작지만 좋은 영화들이 대형 투자·제작사를 끼거나 홍보·마케팅 비용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개봉관을 잡지 못한 현실을 ‘한해 2억 관객 시대’를 맞은 한국 영화계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1~2년 전 영화 제작을 마치고도 미개봉 상태로 또 한해를 넘기게 된 영화 <멜로>의한 장면.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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