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영화 작년 점유율 97%
“문화 편식으로 비대증 염려”
“문화 편식으로 비대증 염려”
2013년 한국 영화는 전례없는 호황을 거뒀다. 극장 관객 2억1200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전체 매출액도 1조5432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관객들이 늘면서 개봉 영화도 크게 늘었다. 지난 한해 개봉된 영화는 874편. 매달 평균 73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2010년 개봉작이 400여편이었던 것에서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영화 편수도 늘고 관객도 늘었지만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영화에 대한 집중도는 더 커졌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해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97%로 집계됐다.
지난 한해 한국과 미국 외의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 개봉작 460여편의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만명을 훌쩍 넘긴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의 선전에 힘입어 영국 영화를 포함한 유럽 영화가 1.5%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뿐, 일본 영화는 0.9%, 중국 영화가 0.3%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 영화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일본 영화는 매년 2% 정도의 관객 점유율을 보여왔는데, 2013년 처음으로 1%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 영화 개봉작이 2012년 47편에 견줘 2013년세 배 이상 늘어난 120편에 이르렀지만 관객 수는 더욱 줄어든 것이다.
한국과 미국 영화가 동반 상승했던 2011년 이후 스크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관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일본 영화와 함께 주요 외화국으로 꼽히는 중국 영화 역시 최근 몇년 새 0.3%대로 떨어진 점유율이 그대로 이어지는 중이다.
유럽 영화는 상대적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호응이 좋은 영국 영화가 있고, 주요 영화제 수상작들이 많아 관객몰이에 그나마 나은 편이어서 1%대 점유율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2012년 8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점유율을 4.4%까지 올라갔던 것에 견주면 2013년에는 급격하게 관객이 줄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영화 쏠림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문화 편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특정 문화에 대한 편식으로 특정 문화에 대한 비대증이 염려된다”며 “다양한 국적과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로서는 문화적 감수성을 넓힐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계도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영화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즐기도록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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