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브릭 6개로 9억개 방식의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영화 <레고 무비>는 레고 브릭 1500만개가 동원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현실로 바뀌는 장면에 아이들뿐 아니라 ‘키덜트’들까지 매료될 만하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문화‘랑’] 영화
스톱모션 애니 ‘레고 무비’ 개봉
빌딩에서 바다, 샤워 거품까지
100분 동안 쉴 새 없는 ‘무한 변신’
스톱모션 애니 ‘레고 무비’ 개봉
빌딩에서 바다, 샤워 거품까지
100분 동안 쉴 새 없는 ‘무한 변신’
레고로 만든 극장용 영화를 “100분짜리 장난감 광고 아니냐”며 괄시하는 이들이 있다. 사각형 블록을 조각조각 결합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는 분명 특별하지만, 결국 레고라는 기업의 광고를 넘어서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입견을 거두고 잠시 ‘레고’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아보자. 레고는 1930년대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잘 논다’는 뜻의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여서 이름 붙인 사각형 형태의 블록 장난감이다. 1958년 이후 반세기 넘게 6500억개 ‘브릭’(사각형 블록), 캐릭터 인형만 45억개가 팔렸다. 레고 자동차용 고무 타이어는 해마다 4억여개씩 생산된다. 전세계 유명 자동차 타이어 업체를 뛰어넘는다. 1년에 레고는 2억 상자 넘게 팔리고, 한 해 세계 사람들이 레고를 즐기는 시간은 50억 시간으로 추정된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까지 즐기는 대표적인 ‘키덜트’ 상품이다. 최근엔 스토리를 갖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레고 스타워즈>, <닌자고> 등이 만들어지며 인기가 더 올라가고 있다.
레고 브릭의 형태는 단순해 보이지만 가로 네줄, 세로 두줄 짜리 브릭 2개면 24가지 방식으로 조립이 가능하고, 블록 6개면 9억1510만3765가지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6일 개봉한 영화 <레고 무비>는 레고 블록 1500만개로 상영시간 100분 동안 결합과 분해를 반복하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레고 세계를 창조한다. 거대한 빌딩, 자동차, 오토바이, 우주선처럼 익숙한 모양뿐 아니라 거대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 화재로 인한 불과 연기, 구름, 샤워 거품까지 레고 브릭으로 표현해 레고가 만드는 ‘상상력의 끝’이 어딘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레고 캐릭터 인형 183가지가 등장한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닌자거북이, 그린랜턴 등 슈퍼히어로와 간달프, 덤블도어 등 다른 영화 속 낯익은 주인공들이 주요 인물로 나와 레고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최강의 능력을 발휘하는 ‘마스터 빌더’로 등장한다.
하지만 레고 세계를 구하는 결정적인 인물은 슈퍼 히어로들이 아니라 평범한 공사장 인부 ‘에밋’이다. 에밋은 악당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의 세계 멸망 계획을 무너뜨릴 열쇠인 ‘저항의 피스’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다. 그는 평소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절망하던 인물이지만, 저항의 피스를 얻으면서 악당의 비밀무기 ‘크레이글’을 없애고 레고 왕국을 구할 ‘전설의 능력자’로 인정받는다.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온 그는 전설의 마스터 빌더들의 힘을 모아 악당 ‘프레지던트 비즈니스’와 맞선다.
영화의 매력은 깜짝 놀랄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다. 악당이 사람들의 착한 본성을 지우기 위해 면봉과 매니큐어 지우개로 얼굴을 지운다. 레고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비밀무기 ‘크레이글’은 레고들이 변신하지 못하게 하는 접착제, 세계를 구할 열쇠 ‘저항의 피스’는 접착제 뚜껑이란 설정도 재미있다. 영화 <스타워즈>, <배트맨>, <캐리비안의 해적>,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전투기, 배트모빌, 해적선, 변신 복사기도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일부 컴퓨터 그래픽을 빼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건물, 차량, 배경은 모두 레고로 만들었다. 장면마다 실제로 레고를 움직여가며 찍은 ‘3D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찍었다.
영화에는 “팀이 돼서 계획을 세우고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어”, “사실 우리 모두는 뭐든지 바꿀 수 있는 능력자”라는 대사들에 어린이들을 위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라는 레고의 철학이 담겼다. 레고에 매료된 ‘키덜트’들을 배려한 대목도 눈에 띈다. 특히 영화 말미 실사로 등장하는 한 성인이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건축물이고, ‘8~14살용’이라고 써있는 건 형식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필 로드, 크리스 밀러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영화 내내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주제곡 ‘모든 것이 멋져’는 극장을 나서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묘한 중독성을 띤다. 국내 더빙판에서 걸그룹 ‘크레용팝’이 노래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6일 개봉한 영화 <레고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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