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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86년의 기다림…‘노예12년’ 흑인감독 사상 첫 작품상

등록 2014-03-03 19:21수정 2014-03-03 20:51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스티브 매퀸 감독 무대서 펄쩍펄쩍
“우리 모두는 단지 생존이 아니라
삶을 살아갈 자격 있다” 수상소감
‘그래비티’는 감독상 등 7관왕
“알폰소 쿠아론!”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식장엔 환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미국 아카데미 역사상 첫 흑인 감독의 ‘감독상’ 수상이 또다시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86년을 기다렸지만,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던 것일까? 하지만 반전은 있었다.

대미를 장식한 ‘작품상’ 시상자인 배우 윌 스미스가 “놀랍고 경이로운 9편의 후보작이 올라왔지만, 그중 작품상은 <노예 12년>”이라고 발표했다. 아카데미에서 흑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작품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예 12년>의 제작자로 시상대에 선 배우 브래드 피트는 “한 남자가 이 이야기를 이끌었다”며 스티브 맥퀸 감독을 소개했다. 긴장이 역력한 모습의 흑인 감독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소감이 적힌 종이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단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모든 노예와 그리고 고통받는 사람들한테 바치고 싶습니다.” 육중한 체구의 맥퀸 감독은 무대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역사적인 수상에 기뻐했다.

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흑인 비디오 아티스트 출신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이 작품상을 타며 끝을 맺었다. 그의 감독상 수상 여부는 올해 아카데미 최대 관심사였다. 아카데미가 흑인 배우들한테 남녀 주연·조연상을 준 적이 있지만, 이제껏 흑인한테 감독상을 허락한 적은 없다. <노예 12년>이 1840년대 미국에서 흑인 자유인을 납치해 노예로 삼았던 실화를 소재로 한 탓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강력한 감독상 후보였던 맥퀸 감독은 에스에프(SF) 영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한테 밀려 상을 놓쳤다. 멕시코 태생의 쿠아론 감독은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노예 12년>은 이번 시상식에서 케냐 출신의 흑인 여배우 루피타 뇽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기쁨을 더했다. 주인에게 유린당하는 여성 노예 펫시 역을 맡은 뇽은 장편영화 데뷔작에서 여우조연상을 탔다. 그는 “누군가의 수많은 고통으로 내가 기쁨을 누린다는 생각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다”며 실제 인물 펫시에 경의를 표했다.

트로피 숫자만 보면 승자는 우주에서 조난된 두 명의 사투를 그린 <그래비티>였다. 3디(D) 영상 기술과 감성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음향·시각·촬영·편집상 등 7개 부문상을 수상했지만 이른바 ‘빅 5’로 불리는 주요 부문은 감독상뿐이었다.

작품상이 준 긴장감 정도를 빼면, 올해 아카데미에선 특별한 이변은 없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마약중독자이자 에이즈 환자로 열연한 매슈 매코너헤이와 재러드 레토는 골든글로브에 이어 나란히 남우주연·조연상을 받았다.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받은 레토는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우크라이나와 폭력사태가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언급했다. 예상대로 여우주연상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에게 돌아갔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장편 애니메이션과 주제가상을 받았다. 반면 무려 10개 부문의 후보였던 <아메리칸 허슬>과 마틴 스코시즈 감독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아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은 7년 전에 이어 다시 여성 코미디언 엘런 드제너러스가 사회를 맡았다. 드제너러스가 시상식 도중 스타들에게 피자를 배달시켜 돌리고, 메릴 스트립 등 스타들과 즉석에서 단체 인증샷을 찍어 올리자 “사회자가 트위터를 폭발시켰다”는 외신들의 평이 쏟아졌다. 그의 트위트는 올린 지 3시간 만에 200만번 가까이 리트위트됐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영화업자와 배우, 감독, 촬영감독 등 실제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 소속 회원 6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미국 최대 영화상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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