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들이 만화세상 ‘마블 유니버스’를 넘어 ‘마블 영화세계’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때로는 홀로, 때로는 힘을 합쳐 우주의 악당들을 물리친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문화‘랑’] 마블 영화
아이언맨, 헐크, 엑스맨 등 8000명의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 코믹스. 수십만개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악당들을 물리쳐온
마블 히어로들이 만화책 속 세상 ‘마블 유니버스’를 넘어 ‘마블 영화세상’에 뛰어들었다.
아이언맨, 헐크, 엑스맨 등 8000명의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 코믹스. 수십만개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악당들을 물리쳐온
마블 히어로들이 만화책 속 세상 ‘마블 유니버스’를 넘어 ‘마블 영화세상’에 뛰어들었다.
국산 로보트 태권브이와 일본산 마징가 제트, 철인 28호 그리고 그랜다이져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1970~80년대 꼬마들의 해묵은 논쟁은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들이 한 만화영화 안에서 실제 겨뤄볼 기회를 갖지 못한 탓이다. 키가 56m에 이르는 태권브이가 3~30m 정도였던 상대들과 월등한 ‘체급 차이’를 보이는 만큼 아마도 절대 강자였을 것이란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8000명의 마블 군단
이런 류의 어린 시절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은 미국 만화산업계의 절대 강자 ‘마블 코믹스’다. 1939년 ‘타임리 코믹스’란 회사로 시작된 마블은 75년간 아이언맨, 헐크, 엑스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판타스틱4처럼 익숙한 캐릭터뿐 아니라 아마데우스 조, 아이언 피스트, 퍼니셔, 애비게일, 타노스, 킥애스 등 주·조연급을 합쳐 무려 8000여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을 만들어냈다. 마블의 경쟁자인 디시(DC) 코믹스에 슈퍼맨, 배트맨, 그린랜턴, 원더우먼 등이 있지만 이들이 초인에 가깝다면 마블의 슈퍼히어로는 인간미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인간미 넘친 마블 캐릭터들
만화를 넘어 영화 세상으로
디즈니, 3단계 일정 맞춰 진행
리얼리티 확보하며 인기 얻어
‘캡틴 아메리카’ 올해 첫 개봉
‘가디언스 오브…’도 출격 준비
독특한 것은 마블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만화를 통해 각각 탄생한 뒤, 또다른 만화에서는 팀을 이뤄 활약하거나 경쟁한다는 점이다. 마블사는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 마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 공간에서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집단으로 싸운다는 설정으로 수많은 슈퍼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 영화로 익숙한 <어벤져스>뿐 아니라 <일루미나티>, <코스믹 마블>, <시크릿 워>, <시빌워>처럼 여러 마블 히어로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에서 집단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무수히 많다. 또 마블은 평행이론에 근거해 우주에 지구 같은 공간이 무수히 있고, 같은 모습을 한 마블 히어로들이 각각의 우주에서 서로 다른 에피소드로 활약한다는 그야말로 ‘만화 같은’ 설정을 해뒀다. 수천명의 마블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조합해 새 이야기를 만들거나, 때로 슈퍼히어로들이 죽은 뒤 다른 작품에 등장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디즈니, 마블에 날개 달다
마블은 1986년 외계에서 온 오리가 등장하는 <하워드 덕>으로 첫 영화를 만든 뒤, 1998년 <블레이드> 이후 본격적인 히어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엘렉트라>(2005), <고스트 라이더>(2007) 등 개별 주인공을 등장시킨 영화를 내놓던 마블은 2008년부터 만화에서 보여줬던 ‘마블 유니버스’를 영화에 구현하는 ‘마블 영화세계’(Marvel Cinematic Universe)를 조성한다. 마블 영화세계는 2008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아이언맨>으로 시작한 뒤, 이듬해 월트디즈니가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달러(4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디즈니는 2017년까지 3단계 일정에 따라 계획적으로 마블 영화세계를 완성시키고 있다. 1단계는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2>(2010), <토르>·<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를 거쳐 2012년 전세계 수익 15억달러(1조6000억원)를 올린 <어벤져스>로 완성됐다. 앞선 다섯편의 영화에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주인공뿐 아니라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뒤 <어벤져스>에 이들을 총출동시켜 하나의 마블 히어로 세계를 완성하는 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는 지난해 개봉한 <아이언맨3>와 <토르: 다크 월드>를 거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6일 개봉)까지 3편이 완성됐고,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는 올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 네편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새로 추가된 마블 캐릭터들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개봉 예정)에 다시 총출동해 2단계를 완성한다. 3단계는 <앤트맨>(2015년 개봉 예정), <닥터스트레인지>(미정) 등 새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들과 <토르3>, <캡틴 아메리카3> 속 주인공들이 모여 다시 <어벤져스3>를 만드는 식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블의 주인공들이 여느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현실화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갖춘데다, ‘마블 영화세계’가 마치 현실처럼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확장하면서 관객들한테 ‘리얼리티’로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등장하는 영화는?
올해 극장가에 첫 출격 한 마블 히어로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다. 26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악의 무리 ‘히드라’가 국제평화유지기구 ‘실드’ 내부에 잠입해 전세계를 위협하자 캡틴 아메리카가 앞장서 이들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실드’ 책임자 닉 퓨리(새뮤얼 L. 잭슨)와 구소련 특수요원 출신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가 다시 등장하는 한편, 강철 날개를 단 팰컨(앤서니 매키)과 강철 왼팔을 가진 악당 ‘윈터 솔저’(세바스천 스탠)가 새로 합류해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보너스 영상을 통해 또다른 마블 히어로인 퀵실버와 스칼릿 위치가 ‘마블 영화세상’에 등장할 것이란 예고도 했다. 돌연변이 쌍둥이인 이들은 <엑스맨>에서 초능력자 악당 매그니토의 자녀다. 월트디즈니코리아 관계자는 “<엑스맨> 캐릭터는 영화 판권이 20세기 폭스사에 넘어간 상태여서 마블 영화세계에 등장할 수 없지만 퀵 실버와 스칼릿위치만은 20세기 폭스사와 디즈니가 영화에서 공유하도록 계약됐다”고 설명했다.
올여름에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로켓 래쿤(브래들리 쿠퍼), 노바 프라임(글렌 클로스), 그룻(빈 디젤) 등 새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들은 2단계의 마지막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초강력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에 맞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울트론의 발명자가 ‘앤트맨’으로 불리는 과학자 행크 핌이어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영화세계’ 3단계의 첫 영화인 <앤트맨>(2015년 개봉 예정)과 연결고리가 된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마블 히어로 가운데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 있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속편으로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벤져스 군단’에 합류하지 않고 각개 전투를 고집할까?
이유는 우여곡절 끝에 <스파이더맨>의 판권은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 <엑스맨>은 20세기 폭스사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의 히어로들도 현실세계의 계약관계를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인간미 넘친 마블 캐릭터들
만화를 넘어 영화 세상으로
디즈니, 3단계 일정 맞춰 진행
리얼리티 확보하며 인기 얻어
‘캡틴 아메리카’ 올해 첫 개봉
‘가디언스 오브…’도 출격 준비
독특한 것은 마블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만화를 통해 각각 탄생한 뒤, 또다른 만화에서는 팀을 이뤄 활약하거나 경쟁한다는 점이다. 마블사는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 마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 공간에서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집단으로 싸운다는 설정으로 수많은 슈퍼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 영화로 익숙한 <어벤져스>뿐 아니라 <일루미나티>, <코스믹 마블>, <시크릿 워>, <시빌워>처럼 여러 마블 히어로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에서 집단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무수히 많다. 또 마블은 평행이론에 근거해 우주에 지구 같은 공간이 무수히 있고, 같은 모습을 한 마블 히어로들이 각각의 우주에서 서로 다른 에피소드로 활약한다는 그야말로 ‘만화 같은’ 설정을 해뒀다. 수천명의 마블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조합해 새 이야기를 만들거나, 때로 슈퍼히어로들이 죽은 뒤 다른 작품에 등장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마블 히어로들을 떼로 등장시킨 영화 <어벤져스>는 세계 역대 3위 흥행 기록을 갖고 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26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주인공 역시 ‘어벤져스’의 일원이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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