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마법사의 도시>의 김현욱. 형사지만 딱 봐도 착해 보이진 않는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교수인형>, <우월한 하루>, <죽은 마법사의 도시>의 팀 겟네임
<교수인형>, <우월한 하루>, <죽은 마법사의 도시>의 팀 겟네임
언젠가 <마음의 소리> 작가 조석은 이렇게 말했다. “만화는 가장 완벽하게 자기 자랑을 할 수 있는 매체”라고. 이걸 좀더 그럴싸하게 풀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는 작가주의가 가능한 매체라고, 실제로 십여 년 동안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단순히 유명한 것을 넘어 특정 장르와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는데(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강풀 같은 괴물들은 열외로 치자), 특히 한국 대중문화에서 유독 저변이 약한 스릴러 장르에서 <인간의 숲>의 황준호, <연>의 구아바 작가 등이 흥미로운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네이버에서 <죽은 마법사의 도시>를 연재 중인 팀 겟네임은 웹툰 초기 가장 잔혹한 스릴러였던 <교수인형>으로 데뷔해 꾸준히 스릴러 팬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다.
어린 시절부터 악마성을 드러냈던 아이들이 커서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교수인형>과 타인을 살해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우월한 하루>처럼, 기본적으로 팀 겟네임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냉소적이다. 특히 악마적인 인간이 다시 선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 벌어지는 <교수인형>에서는 악마적 본성은 바뀔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정도다. 과연 인간의 본성은 악한가, 그렇다면 선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19금 판정을 받았던 <우월한 하루>처럼 종종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근본적으로 느껴지는 찜찜함에 비하면 이조차 부차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2인조인 팀 겟네임 중 한 명인 김칸비 작가가 그리는 <죽은 마법사의 도시>는 그런 면에서 이들 세계의 어떤 분기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판타지라는 장르와 섞어 좀더 대중적인 색채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인공인 김현욱 형사는 인간의 정의감에 대해 여전히 냉소적인 인물이지만, 정의가 실현되는 것에 대해서까지 회의하진 않는다. 그에 따르면 수많은 인과관계로 엮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적어도 자신이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는 착하게 살아야 하며 그게 법의 테두리다. 사람은 악하지만 시스템의 힘으로 보완될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또다른 주인공인 크림슨 로브처럼
시스템 바깥에서 악을 처단하는 것보다는 시스템의 오류를 잡아가며 조금씩 세상을 개선하는 것이 느리되 결과적으로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냉소주의자가 닿을 수 있는 가장 윤리적인 해답이 아닐까. 결국 범죄 스릴러란 어떤 복잡한 플롯보다도 범죄와 단죄의 윤리적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때문에 스릴러 작가의 윤리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가주의다. 그것을 좀더 명확하게 벼려가고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것, 정말 반가운 일 아닌가.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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