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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등신 ‘신쌤’에서 팔등신 히어로로 ‘올인’한 변신

등록 2014-04-11 19:16수정 2015-10-23 18:24

<스쿨홀릭> 후반부 졸업식 장면. ‘신쌤’을 보내고 우린 더 발전한 만화가 신의철을 얻었다.
<스쿨홀릭> 후반부 졸업식 장면. ‘신쌤’을 보내고 우린 더 발전한 만화가 신의철을 얻었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스쿨홀릭>, <인형의 기사>, <사이드킥>의 신의철 작가
때로는 손에 쥔 걸 버려야 새로이 쥘 수 있는 것이 있다. 최근 네이버에서 <사이드킥>을 연재하는 신의철 작가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중학교 미술 교사로서 경험한 것들과 상상력을 결합한 학원 개그 만화 <스쿨홀릭>으로 웹툰 플랫폼에 합류한 그는 본명보다 만화 속 본인 캐릭터인 ‘신쌤’으로 더 잘 알려졌다. 2012년 말, 7년여 동안 연재한 <스쿨홀릭>을 완결하고 스토리작가로서 19금 액션 누아르인 <인형의 기사>를 연재했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건 그 때문이다. 헤어지기에 <스쿨홀릭>은 너무 커다란 무형의 자산이었고, 만화가로서의 다음 행보를 내디디기에 <인형의 기사>는 너무 모험적이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그는 히어로 액션 만화 <사이드킥>으로 액션 장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가 학원 액션 만화 장르의 초히트작인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을 그린 이명진 작가의 문하생이자 원래 에스에프(SF)나 판타지 장르를 그리고 싶었다는 걸 떠올리면 이것은 변신보단 오히려 긴 우회에 가깝다. 백팔십도 바뀐 장르와 그림체를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느껴질 정도다. <스쿨홀릭>에 전념하기 위해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만화가로서의 새 도전을 위해 분신이나 다름없는 작품을 완결하고, 어색하지 않은 액션 만화를 그리기 위해 작화를 한층 끌어올린 승부수의 순간순간에는 모두 날이 바짝 서 있다. 심지어 중간에 잠시 방향을 잃고 방황했던 <내일은 웹툰>에서는 바뀐 작품 분위기에 맞춰 그림체를 바꾼 뒤 새 시즌을 연재하기도 했다. <사이드킥>이 <스쿨홀릭>보다 나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간의 과정을 신의철 작가의 입장으로 재구성한다면 발전이라 말해도 과하지 않아 보인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그렇다. 민망한 얘기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사이드킥>을 오직 작품 그 자체로만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배트맨 옆 로빈처럼 언제나 조연에만 머무르던 존재인 사이드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설정은 참신하고,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 중간중간 어색하지 않게 등장하는 액션과 개그의 조합은 충분히 대중을 만족시킬 만하다. 그럼에도 팔등신 미남 미녀 히어로가 펼치는 초능력 활극을 보고 있노라면 <스쿨홀릭>에서 이등신으로 등장한 ‘신쌤’과 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젠가 슈퍼히어로가 되겠다는 멀고 먼 꿈을 위해 모든 걸 건 사이드킥의 이야기가 작가 본인이 이룬 서사와 겹쳐지며 더더욱 감정이입하게 되는 건 그 때문이리라. 노력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정말 불가능한지 아닌지는 도박처럼 ‘올인’하는 노력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만화 안에서도, 만화 바깥에서도.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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