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등록 2014-04-15 19:38수정 2014-04-15 21:07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24일 개봉)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24일 개봉)
클래식 전문가가 본 영화 ‘파가니니’

미남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개릿’
연주 실감나게 구현했지만
기괴한 파가니니 ‘평면’으로 그려
클래식광에겐 ‘개릿 콘서트’ 온듯
“악마에게 영혼을 판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에 대한 모든 신화와 풍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현란한 기교와 청중의 혼을 빼놓는 비범한 음악성, 비정상적으로 긴 팔다리와 손가락 등 외모가 주는 기괴한 인상. 사람들은 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존재에 매료되면서도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두려움은 ‘악마’의 이미지를 빚어냈다. 파가니니는 생전은 물론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이 ‘악마’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천주교회의 거부로 그는 사후 36년이 지난 후에야 교회 공동 묘지에 묻힐 수 있었다. 그러나 수세기가 지난 지금, 그는 불세출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수많은 음악학도들의 우상으로 남았으며, 그가 작곡한 작품들은 바이올린 음악의 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24일 개봉·사진)는 파가니니의 삶과 음악을 겹겹이 둘러싼 신비주의 베일을 걷어내고 인간 파가니니의 면모를 드러낸다. 지난 1994년 베토벤의 생애를 다룬 <불멸의 연인>을 만든 버나드 로즈 감독은, 이 영화에서 파가니니의 악마적 이미지란 그의 천재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며, 어쩌면 그에게 영혼을 팔도록 종용한 악마는 파가니니 주위에서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어디선가 나타나 매니저 노릇을 자처한 우르바니와 파가니니의 명성에 기대어 돈을 벌려는 지휘자 왓슨 덕에 영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다. 하지만 결국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다 타락과 파멸의 길을 걷는다.

영화는 대체로 기존 사료들에 근거하면서도 일부 상상력을 가미해 극의 전개에 맞게 재편집했다. 우선 잘생기기보다는 깡마르고 창백한 모습이었다고 전해지는 파가니니의 외모는 미남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개릿에 의해 상당히 미화됐다. 극 중 파가니니가 사랑한 여인 샬롯은 실존 인물이 맞지만, 파가니니가 실제 샬롯을 만난 시점은 영화속처럼 젊은 시절이 아니라 그가 50대에 다다른 때였다. 파가니니가 미성년자인 샬롯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투옥되는 사건도 기록상으로는 20년 전 다른 소녀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파가니니 역을 맡은 데이비드 개릿은 분열적인 파가니니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그려낸 감이 있지만, 영화 속 연주 장면을 실감나게 구현해냈다. 줄리어드 음악학교 출신의 그는 어린 시절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한때 슬럼프에 빠져 오랜 방황의 시간을 보낸 뒤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로 재기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파가니니와 데이비드 개릿이 가진 천재성과 방황의 이미지를 포개어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데이비드 개릿의 캐스팅은 특히 파가니니의 런던 데뷔 콘서트 장면에서 제 값을 한다. 극 중 파가니니는 객석에서 깜짝 등장해 신들린 듯한 기교로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하고, 객석의 영국 왕을 향해 즉흥적으로 ‘영국 국가에 의한 변주곡’을 바친다. 스크린 속의 청중과 스크린 바깥의 영화 관객을 동시에 열광시키는 이 시퀀스는 실제 파가니니의 음악과 극의 전개, 데이비드 개릿의 매력을 잘 엮어낸 장면이라 할 만하다.

데이비드 개릿은 오는 6월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6월19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팝, 록, 헤비메탈, 일렉트로니카 등을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콘서트도 연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포커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