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으로 인형 뽑기에서 대박을 친 호수 일행. <코끼리를 끌어 안는 방법>의 사건은 이처럼 작고 소소하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과연 코끼리를 끌어안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완결한 백희정 작가의 <코끼리를 끌어안는 방법> 마지막 회를 보며 든 생각이다. 염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을 오히려 두려워하는 모범생 한호수를 중심으로 그를 흠모하는 배나나와, 호수처럼 초능력으로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도리안이 벌이는 이 소소한 소동극에서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처 혹은 결핍을 가지고 있다. 당장 자신의 정체를 숨기느라 급급한 호수는 친부모가 아닌 부모님에게 자신의 속을 털어놓지 못하고, 나나는 가정 불화를 경험했으며, 리안은 자신의 능력으로 상처를 들춰낸 친구가 자살하는 경험을 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는 오래된 농담처럼, 그들에게 코끼리란 어디론가 쑤셔 넣고 싶은 눈앞의 문제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어리고 미숙한 주인공들은 수학과 학생처럼 코끼리를 미분하거나, 원자핵공학과처럼 입자가속기에 코끼리를 넣는다는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도망친다. 마음의 거리와 물리적 거리 모두가 확보되어야 정체를 들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호수는 모두에게 친절하되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나나는 부모의 불화를 피해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렸으며, 친구의 죽음이 자기 책임이라 생각한 리안은 학교를 떠난다. 하지만 마음의 빈 곳을 채우지 못했기에 어딜 가든 코끼리는 징그럽게 쫓아온다. 여기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피할 수 없다면 직시하고 끌어안아 보는 것은 어떨까, 라고.
앞서 소소한 소동극이라고 말했지만 초능력이라는 극적 장치를 가져온 것에 비해 <코끼리를 끌어안는 방법>의 에피소드들은 극적이기보다는 담담하다. 호수의 능력을 눈치챈 리안이 이를 빌미로 협박하며 하는 일이라고는 호수 집에 쳐들어가 노는 것이고, 그들이 능력을 모아 하는 일은 외계인의 침략을 막는 게 아니라 어릴 적 외국으로 입양된 뒤 친부모를 찾는 친구를 도와주는 정도다. 대신 그 담담한 과정을 겪으며 호수는 자신이 쌓은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리안은 저주스럽게 여겼던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작이자 옴니버스 장편인 <심장이 뛰다> 첫 에피소드 ‘심장이 뛰다’에서 “적당히 적당히 대처하는 사이 적당히 길을 잃어가고 있던” 호현이 결단력 강한 규원을 만나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하는 것처럼, 백희정 작가는 언제나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깨닫고 개선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적인 계기도 극적인 해결도 없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용기를 내어 딛는 한 걸음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코끼리를 끌어안는 방법이 아니라 끌어안으려는 시도 자체다. 당장 한 아름에 안긴 버거울지라도 함께 안아줄 누군가 있을 것이라 믿어보면서.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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