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중에도 여전히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포털 다음의 웹툰.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미안하지만 웃음이 터졌다. 4월17일 목요일 밤에 올라온 <마음의 소리> ‘난 지금’ 편을 보며 방 안에서 홀로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벌어진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지금 바닷속에서 누군가 생사의 선을 넘나들고 있는데 속 편히 웹툰이나 읽어도 될까, 라는 고민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반항심이 교차하는 중에 그나마 또렷하게 긍정할 수 있던 감정은 단 하나,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재밌는 <마음의 소리>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배가 침몰하고 정말 많은 것이 정지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연예인의 팬미팅도, 아이돌의 컴백도. 시간은 흘렀지만 취소 소식은 더 많이 들려왔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과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을 비롯해 각종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된 행사 다수가 취소됐다. 그 와중에 그나마 프로야구와 웹툰이 변동 없이 계속됐다. 기아는 여전히 지랄 같은 야구를 했고, <마음의 소리>와 <이말년 서유기>는 여전히 웃겼으며, <피크>는 박력 있고, <덴마>는 여전히 업데이트가 늦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슴 아프다고 말하면서 이처럼 계속되는 오락거리를 찾아 즐기는 것이 어딘가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고민은 여전히 든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웹툰을 보고 웃거나 공상에 빠지며 현실을 잠시 잊는 것이 바로 그 현실을 유지하는 지지대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고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 시스템의 오류에 대해 분노하며 거의 모든 마음을 세월호 사태에 쏟는 이들을 보면 대단하고 고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구나 강한 의지로 그 많은 슬픔과 분노를 온전히 견뎌내며 일상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처럼 약한 사람들에겐 국가적 ‘멘붕’ 상태에서 그나마 마음의 침몰을 막아주는 견인기로서 한 줌의 웃음과 서사를 통한 카타르시스가 필요하다.
여전히 복잡한 심정 속에서도 다음이나 네이버, 올레 등에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들이 고맙다면 바로 그 때문이다. 마감 노동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생산자의 감정적인 기복은 굉장한 변수이자 장애가 된다. 하지만 이 거대한 사건 앞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한 개인임에도 여전히 사고 전만큼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준 웹툰 작가들 덕에 나 같은 이들도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현실의 하중을 견딜 수 있었다. 그래서 부질없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세월호 사태에 연관된 수많은 책임자들이 웹툰 작가만큼만, 딱 그만큼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줬더라면 그 많은 희생자들의 일상 역시 단단히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평범해 보이는 일상은 아마도 그런 이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리라. 그러니 다시 한 번, 고마워요.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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