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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초현실적 미남작가가 그린 현실적 성장기

등록 2014-05-16 18:39수정 2014-05-17 10:24

소속사와의 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거리 공연을 시작하는 원준(오른쪽)과 근수.
소속사와의 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거리 공연을 시작하는 원준(오른쪽)과 근수.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알 게 뭐야>의 김재한 작가
‘얼짱’ 웹툰 작가. 웹툰 작가라는 직업군이 익숙해지고 작품에 대한 관심이 작가 본인에게 옮겨가고 인터뷰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생긴 수식어다. 실제로 몇몇 미남 미녀 작가들은 ‘얼짱’ 작가로서 작품의 인기와는 별개의 팬덤을 누리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자타공인 최고의 미남 작가로 군림하고 있는 건 <알 게 뭐야>의 김재한 작가다. (여담이지만 웹툰계 최고의 미녀 작가로 꼽히는 건 남자인 가스파드 작가다.) 하지만 작가로서 그의 잘생긴 얼굴이 정말 의미 있다면, ‘얼짱’답게 화보 모델과 언더그라운드 음악 활동을 했던 그의 경험이 현재 연재작인 <알 게 뭐야>에 디테일하게 녹아들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알 게 뭐야>의 주인공 고등학생 원준은 우연한 기회에 잡지 화보 모델로 데뷔하고, 또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좋아하던 여학생인 하율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힙합 팀인 ‘데프’(Def)에 합류한다. <알 게 뭐야>라는 제목과 자신의 꿈을 찾아 대학 대신 음악을 선택한 원준의 히스토리만을 보면 이 만화가 어른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꿈을 찾아 자유로워졌더라는 그렇고 그런 성장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 분명 작품 속에서 원준이 느끼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순진함에는 그런 것이 있다. 하지만 <알 게 뭐야>라는 뮤지션 성장기가 빛나는 건,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쇼 비즈니스의 지저분하고 폭력적인 시스템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 어른의 세계에 대한 반항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원준이 만난 쇼 비즈니스의 세계야말로 진짜 어른의 세계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자기 이름으로 앨범을 내는 과정이 훨씬 힘들다. 데프가 공들여 만든 음반에 담배를 비벼 끄는 소속사 사장의 험상이야말로 꿈을 찾아 나선 소년들이 만나는 세상의 민낯에 가깝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알 게 뭐야>가 잘생긴 작가의 작품 정도로 기억되기에 아까운 성장물인 건 그래서다. 작가는 원준의 순수한 열망을 비웃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처럼 세상을 만만하게 그리지도 않는다. 때로는 타협이 필요하고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생긴다. 데프의 리더이자 원준의 좋은 선배인 윤찬은 팀 멤버인 원준과 근수를 소속사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소속사의 싸구려 작곡가가 된다. 세상의 굴곡 속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길고 험한 우회로를 거쳐야 한다. 가끔 교차편집되어 등장하는 슈퍼스타가 된 원준의 현재가 반갑다면, 단순히 유명해져서가 아니라 그가 그 우회로에서 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장을 가장한 타락에 빠지기 쉬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원준의 성장은 그래서 빤하지 않은 응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파이팅을 외친 뒤 작가의 얼굴을 보고 나면 나처럼 다시 의욕이 한풀 꺾일 수도 있겠지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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