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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도 ‘호랑의 공포’에 허 찔린다

등록 2014-05-30 18:38수정 2015-10-23 18:19

<봉천동 귀신>에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면. 별거 아닌 거 같다고 생각된다면 용기 내어 직접 컴퓨터로 확인하시라.
<봉천동 귀신>에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면. 별거 아닌 거 같다고 생각된다면 용기 내어 직접 컴퓨터로 확인하시라.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요즘처럼 날이 더워지면 본격적으로 찾는 두 가지가 있다. 평양냉면, 그리고 공포물. 하지만 언제 먹어도 시원하고 맛있는 평양냉면과 달리 제대로 된 공포물을 만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코미디라고 나온 작품 중 정말 웃긴 게 10작품 중 하나꼴이라면, 공포라고 나온 작품 중 정말 무서운 건 100개 중 하나 수준이니까. 그만큼 낮은 확률을 뚫고 정말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비명을 토해내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건 그래서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2011년 네이버에서 납량특집으로 기획한 웹툰 <2011 미스터리 단편>에 실려 호랑 작가를 단숨에 공포 웹툰의 스페셜리스트로 만들어준 <옥수역 귀신>처럼.

작품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무심코 검색어를 클릭한 사람들 덕에 사무실에서 1시간 단위로 비명이 들릴 정도로 당시 <옥수역 귀신>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공포 만화인 걸 알기 때문에 무서운 장면이 나올 거라 예상하며 한 컷씩 스크롤을 내리던 신중한 독자들조차 비어 있는 선로에서 갑자가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귀신의 손아귀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물론 단순히 놀라는 것과 무서운 건 다르다. <옥수역 귀신>이 탁월했던 건 단순히 못 보던 기술을 보여줘서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의 손이라는 떡밥을 던져 공포를 심어준 뒤 천천히 발아시켜 예상하지 못한 순간 독자의 빈틈을 공략하는 세련된 전략이야말로 이 단편의 힘이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시각효과가 항상 효과적인 충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만 줄 수 있는 충격이란 게 있다. <옥수역 귀신>은 그래서 잘 만든 공포물이자 의미 있는 웹툰이었다. 이후 같은 시리즈에서 공개한 <봉천동 귀신> 역시 <옥수역 귀신>을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들에게 한번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효과로 방심하게 한 뒤, 한번 더 플래시를 써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물론 새로움이 주는 놀라움은 곧 무뎌지게 된다. 지난해 역시 납량특집으로 내놓은 단편 <마성터널 귀신>은 과거의 그것들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았지만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으며, 최근 공포영화 <오큘러스>의 프로모션용으로 만든 웹툰은 별다른 스토리텔링 없이 놀래는 효과만 담은 조금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호랑 작가의 방법이 낡았다기보다는 그 덕에 독자들의 경험치가 더 높아졌다고 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여전히 수많은 웹툰 작가들은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하는 지점에 효과음이나 음악을 넣으며 시청각적인 차원으로 연출의 영역을 넓혔다. 이들 작품마다 명시된 ‘기술지원 호랑’이라는 각인은 호랑 작가가 앞당긴 시간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증명일 것이다. 그리고, <봉천동 귀신>은 다시 봐도 정말 무섭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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