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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단단한 땅처럼 다지고 쌓아온 서사의 힘

등록 2014-06-06 18:45수정 2015-10-23 18:17

지난주에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된 상식과 나래. 앞으로 행복하길.
지난주에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된 상식과 나래. 앞으로 행복하길.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트라우마>,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지난주, 정말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선남선녀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아, 엄지원씨와 오기사씨의 결혼식도 있지만 그 얘긴 아니다. 지난 5월30일 곽백수 작가의 웹툰 <가우스전자>에서는 사랑스러운 커플 상식과 나래가 사내 연애 끝에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별다른 사건 없이 결혼식 장면만 보여준 이 에피소드에 대해 혹자는 날로 먹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단지 캐릭터의 결혼식만으로 한 회를 만들 수 있고 ‘상식과 나래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라는 작가의 내레이션만으로 어떤 뿌듯함과 벅참을 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우스전자>라는 작품의 힘이다.

<가우스전자>는 곽백수 작가가 모 스포츠 신문에 연재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에피소드 개그 만화 <트라우마>에 종종 등장했던 가우스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스핀오프 식으로 발전시킨 경우다. 에피소드 만화의 경우 옴니버스와 달리 이전 화를 보지 않아도 웃고 끝낼 수 있어야 하지만 때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조금씩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하고 그 서사 자체로 재미를 주게 된다. <트라우마> 연재 당시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상신, 국중록 콤비의 <츄리닝>에 나오는 탱구 가족이, 우주인의 <와탕카>에 나오는 무도가 할머니 등이 그러했다. <트라우마>에서도 무도가 최상술과 가우스전자 등이 이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에피소드 개그 장르에 비슷한 개그 코드에도 불구하고, <가우스전자>는 출발에서부터 <트라우마>보다 캐릭터의 일관성과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물론 굵직한 플롯이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물과는 달리 에피소드 장르에서의 서사란 천천히 누적되며 만들어진다. 가우스전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캐릭터들의 일관된 성격이 드러나고 그것이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독자가 납득하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다. 덤벙대지만 속은 참 선한 상식에게 까칠한 선배인 나래가 조금씩 애틋한 마음을 품는 과정과 연애를 하는 과정 역시 그렇게 납득될 수 있었다. 웹툰으로서는 독보적인 일주일 5회라는 엄청난 연재 사이클 역시 각각의 에피소드가 휘발되지 않고 독자의 머릿속에서 서사로 누적될 수 있는 전략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앞서 인용한 상식과 나래의 결혼식은 그들의 예쁜 연애를 응원해온 이들을 위해서라도 담백하게 처리되는 게 맞았다. 이것은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한 캐릭터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예의이자,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온 독자에 대한 예의다.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니 <가우스전자>에 바라노니 이제부턴 마탄과 강미의 본격 연애 이야기로 고고고.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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