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패밀리> 시즌1 마지막에서의 가족 사진.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네로의 실험실>과 <모던패밀리>의 시현, 외눈박이 작가
<네로의 실험실>과 <모던패밀리>의 시현, 외눈박이 작가
결국 가족을, 그것도 행복한 가족을 재구성하는 이야기였다. 시현(그림), 외눈박이(글) 콤비가 지난해 말 완결한 <네로의 실험실>, 그리고 최근 시즌2를 연재 중인 <모던패밀리>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난쟁이 천재 마법사 네로가 자신이 좋아하던 여배우 비올렛타를 소생시켜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네로의 실험실>, 착하지만 인기 없는 시간강사 노총각 승훈이 얼결에 마왕 벨과 결혼한 뒤, 천사 장녀와 로봇 차남과 함께 가족을 구성하는 이야기 <모던패밀리>는 모두 조금은 특별하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인물들이 혈연이 아닌 대안적인 가족을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굵은 줄기를 유지하되 매번 다른 소재와 새 사건으로 각각의 회차를 풀어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이기 때문에 메인 테마가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네로의 실험실>의 상당수 에피소드는 네로에게 소원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군상의 속물적인 욕망을 까발리고, <모던패밀리>의 경우 이 괴상한 조합의 가족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유쾌하고 코믹한 소동극을 보여준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매번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세상의 차가움을 경험하거나 코믹하되 수습하기 어려운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네로와 비올렛타, 그리고 승훈의 모던패밀리는 가족이 함께하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
이것은 단순히 전근대적이되 끈끈한 가족 공동체로의 회귀 혹은 도피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던패밀리>라는 제목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족 공동체는 분명 ‘모던’하다. 네로는 죽은 비올렛타를 살려내 자신의 곁에 두지만 과거의 기억과 대면한 비올렛타는 자신을 살려낸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난 네가 만든 인형이 아니”라고 말한다. 종속적이기보다는 대등하기에 유지될 수 있는 관계. 코믹한 설정이지만 <모던패밀리>의 장녀 천사 미카엘이 웃는 얼굴로 엄마이자 마왕인 벨과 대립하는 모습 역시 그저 우리 식구니까 뭉치자는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 작품에서 행복한 집이란 이 대등함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신뢰해주는 관계로 그려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모던패밀리> 시즌1 마지막 즈음 등장한 현명한 곰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가정이란 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아마도 이것이, <모던패밀리>와 비올렛타를 다시 소생시키며 재회하는 걸로 끝난 <네로의 실험실>를 관통하는 주제이지 않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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