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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왜 마이클 베이가 톰 크루즈를 넘어설까

등록 2014-07-10 19:09

듀나의 영화 불평
‘트랜스포머’ 마이클 베이 감독
작가주의 비평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이클 베이와 같은 감독을 ‘오퇴르’(auteur·각본 집필과 연출을 동시에 하면서 자기 소신에 따라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위치에서 밀어낼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비판을 해보려 해도 베이는 ‘오퇴르’다. 할리우드의 험악한 환경 속에서 늘 자신의 비전을 고집하고 심지어 최종 편집권까지 사수해내며 대중은 언제나 그의 개성이 무엇인지 단번에 구별해낸다. 여러분이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오퇴르의 영화이다.

작가 감독 마이클 베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가 지루하고 형편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데에 있지 않다. 문제는 그가 그런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다는 데에 있다. 그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면 모두 비평가와 관객 양쪽으로부터 악평을 받았지만 그게 흥행 실패로 연결되는 일은 없었다.

이러다보니 현대에 ‘오퇴르’란 기껏해야 명품 브랜드 정도의 의미밖에 없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얼마 전에 나왔던 더그 라이먼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보자. 길고 장황하고 내용 없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비하면 그 영화는 명작이었다. 액션, 에스에프(SF), 로맨스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특수효과도 좋았고 캐스팅과 연기도 훌륭했으며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관객들은 입소문이 장난이 아니었던 이 영화 대신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보러갔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보통 영화값 두 배를 지출하며 아이맥스 3D로 <트랜스포머>를 보러 간 관객들 대부분이 이 영화가 지루하고 재미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 중엔 나도 포함된다. 하지만 나에겐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을 써야 한다는 핑계가 있었다. 일반 관객들에겐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걸까.

가장 쉽게 내세울 수 있는 답은 영화를 자기 의지로 고르는 사람이 의외로 소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이클 베이라는 이름과 트랜스포머의 상표는 톰 크루즈의 스타 파워를 넘어섰다. 크루즈의 평판이 이전보다 못하다는 것은 안다. 더그 라이먼이라는 이름이 대부분의 영화 관객들에게 별 울림이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크루즈가 선택한 영화의 평균은 마이클 베이 영화의 평균보다 높다. 게다가 로튼 토마토처럼 개봉 영화의 반응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통로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형편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의 익숙한 지루함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의 ‘오퇴르’로서의 권위는 연장된다. 미칠 노릇이다. 다행히도 마이클 베이의 약발이 닳았다는 소문이 들린다. 멀티플렉스를 도배하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공습은 이전보다 짧게 끝났다. 관객들과 비평가들의 역풍이 지난 두 편 때보다 더 심했고, 영화 자체도 그때보다 더 지루하고 길었으며, 슬슬 관객들도 학습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희망의 빛이 보이는 걸까?

듀나 칼럼니스트
듀나 칼럼니스트
어림없다. 아무리 미국과 한국의 흥행이 이전만 못해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여전히 흥행 폭탄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개봉되어 미국 본토의 흥행성적을 넘기는 대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스토리나 논리를 과감하게 무시하며 중국 장면을 집어넣은 마이클 베이의 술수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결과 ‘오퇴르’로서 그의 권위는 죽을 줄을 모른다.

듀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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