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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만든 지 3년만에 개봉관 만난 자칭 ‘C급 영화’

등록 2014-07-31 19:04수정 2014-08-30 01:10

독립영화 ‘숫호구’의 한 장면.
독립영화 ‘숫호구’의 한 장면.
총각 백승기씨의 독립영화 ‘숫호구’
각본·연출·주연에 제작까지 맡아
상상력 넘치는 ‘섹시 아바타’ 신선
서른살 되도록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숫총각’이자 ‘호구’인 원준(백승기). 어느 날 정체불명 생명공학 박사의 꼬드김으로 비밀 생체실험에 참여한다. (실제론 동의하기 힘드나 영화 설정상으론) 완벽한 얼굴과 몸매의 ‘슈퍼 섹시 아바타’에 들어가게 된 것. 원준은 세상 모든 여자들과 놀아나는 새로운 삶에 눈을 뜬다. 그러던 중 동네 헌책방 아르바이트생 지나(박지나)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지나는 원준의 본모습이 아닌 아바타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면서 원준의 고민은 깊어만 가는데….

〈숫호구〉, 〈명량〉과 평행이론? [잉여싸롱 #39]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줄거리다. 그런데 이를 영화화한 건 초저예산 독립영화 <숫호구>. 32살 총각(‘숫’은 아니라고 함) 백승기씨가 각본·연출·주연·제작을 도맡은 자신의 첫 장편영화다. 스스로 B급도 아닌 C급을 자처하는 ‘감성코믹에스에프(SF)연애판타지’의 저렴한 분위기와 패기 넘치는 상상력이 어우러지면서 <숫호구>는 대단히 독창적이고 신선한 영화가 됐다.

<숫호구>의 포스터.
<숫호구>의 포스터.
백 감독의 사연도 영화 정서와 다르지 않다. 미대를 나와 인천 지역 중·고교에서 미술 교사를 하면서도 백 감독은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2010년 교직을 쉬고 서울 강남 한가운데에 영화제작사를 차리면서 야심찬 도전에 나섰지만, 6개월 만에 사무실 문을 닫아야 했다. 통장 잔고는 단돈 100만원. 백 감독은 “빈손으로 낙향할 수 없다”며 고등학교 후배들과 지인들을 설득했다. 결국 생명공학 박사로 출연한 배우 조한철을 제외하곤 모두 연기가 처음인 ‘초짜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 촬영에 나섰다.

인천을 촬영지로 정한 백 감독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200% 활용했다. 단골 중국집, 식당, 술집은 물론, 심지어 모텔까지 협찬을 받아 제작비를 아꼈다. 백 감독은 “인천 지역민의 따뜻한 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이런 도움까지 돈으로 환산하면 500만원쯤 든 셈”이라고 말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백 감독의 부모님도 후원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영화에 직접 출연한 건 물론, 어머니는 스태프들 밥을 해먹였고 아버지는 트럭으로 태워주었다.

<숫호구>는 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돼 후지필름이터나상을 받았다. 하지만 나서는 배급사가 없었다. 포기하고 극장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한 자체 배급을 고민하던 즈음,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가 배급하겠다고 나섰다. 영화는 만들어진 지 3년 만에 기적처럼 정식 개봉하게 됐다. 7일 서울 아트나인, 인디스페이스, 씨지브이(CGV)대학로·인천 등 10개관에서 개봉한다.

영화제작사 꾸러기스튜디오 대표이기도 한 백 감독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 실험의 C급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저처럼 누구나 손쉽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영화 교육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서른살에 처음 시작하는 영화 만들기>라는 책도 실제로 그가 쓴 것이다.

서정민 기자, 사진 꾸러기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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