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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12년 동안 촬영한 한 소년의 ‘실제 성장담’

등록 2014-10-16 20:44수정 2014-10-16 21:16

영화 <보이후드>는 6살짜리 소년 ‘메이슨’이 18살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촬영한 ‘진짜 성장영화’다. 주인공 메이슨을 비롯한 4명의 배우들이 1년에 15분 분량씩 촬영해 2시간45분짜리 영화를 완성했다. 프리비젼 제공
영화 <보이후드>는 6살짜리 소년 ‘메이슨’이 18살이 될 때까지 12년 동안 촬영한 ‘진짜 성장영화’다. 주인공 메이슨을 비롯한 4명의 배우들이 1년에 15분 분량씩 촬영해 2시간45분짜리 영화를 완성했다. 프리비젼 제공
[문화‘랑’] 영화
이달 초 <뉴욕타임즈>는 ‘40년 동안의 40장의 초상 사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4명의 자매가 1975년부터 2014년까지 40년 동안 매해 같은 포즈로 찍은 40장의 사진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매년 미묘하게 나이가 들어가는 자매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특히 75년에 찍은 첫 사진과 2014년에 찍은 마지막 사진을 비교하면 ‘세월을 담았다’는 이 기사의 부제가 의미하는 바가 분명해지면서 쓰나미 같은 감동이 밀려온다.

이들 네 자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네 명의 배우가 매년 모여 같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떨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설정을 현실로 만든 영화가 개봉한다. <비포 선라이즈> 3부작을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23일 개봉)는 4명의 배우들이 장장 12년 동안 매년 조금씩 찍어 완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6살 소년 메이슨(엘라 콜트레인)과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 엄마 올리비아(패트리샤 아케이드),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의 이야기를 12년 동안 꾸준히 담은 ‘진짜배기’성장담이라 할 수 있다.

귀여운 소년 메이슨 주니어는 똑부러지고 야무진 누나 사만다, 힘겹지만 당차게 삶을 꾸려가는 싱글맘 올리비아와 함께 산다. 올리비아와 이혼한 아빠 메이슨 시니어는 제대로 된 직업 없이 방황하지만 매 주말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려 노력하는 친구같은 존재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대학에 편입하고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엄마 올리비아 탓에 잦은 이사를 하게되는 메이슨. 낯설기만 한 도시에서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에 적응하느라 허덕이는 메이슨은 그 덕분에 조금은 조숙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일찍 구축한 아이로 자라난다.

‘비포…’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
한 가족 에피소드 담담하게 담아
2002년부터 매년 15분 분량씩 찍어
배우 4명의 오랜 세월 호흡 돋보여

영화에는 폭풍같은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그저 한 소년이 자라나면서 흔히 겪게 되는 가족간의 갈등, 학창시절의 추억, 연애담 등이 소소하게 펼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어떠한 표식이나 자막도 없다. 단지 조금씩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 소년과 가족들의 얼굴을 통해 관객들은 세월을 느낀다. ‘나도 한 때 저랬지’라거나 ‘그 땐 그랬지’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자신의 경험에 비춰 곱씹게 된다. 이 영화는 어느 누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법한 ‘평범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특별한’이야기인 셈이다.

앞서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를 주인공으로 한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3), <비포 미드나잇>(2013) 시리즈를 통해 ‘뚝심’을 보여준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작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실험’을 한다. 2002년부터 매년 약 15분 분량씩 42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를 찍었다. 처음부터 스토리를 정해 둔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한 해 분량을 찍고 나면 그 다음 스토리를 생각하고, 그동안 찍어놓은 필름을 편집하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을 고민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해 나갔다고 한다. 12년 동안 출연 배우가 143명, 제작진이 400명이 넘었다니 이 영화가 얼마나 방대한 작업이었는지 짐작이 된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시간, 그 자체와의 협업’이었고, 참을성을 갖고 멀리 내다보는 일이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영화는 3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메이슨이 18살이 돼 집을 떠나 대학에 가게 되는 막바지에 이르면, 그의 미래에 응원을 보내면서 한편으로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담담하게,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다. 어린시절 메이슨이 줄을 서서 구입하는 <해리포터> 시리즈, 10대 때 친구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의 베스트셀러부터, 전자오락기에서 출발해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어지는 게임기의 변천사까지 작은 시대적 소품도 향수를 자아낸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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