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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담배가게 아가씨도 반했을 ‘갑툭튀’

등록 2015-02-17 20:21수정 2015-02-18 14:15

영화 ‘쎄시봉’서 송창식 역 맡은 조복래
천재 연기해야해 압박감 심했지만
송창식 선생님이 가수해도 되겠대요
사투리연기·뮤지컬…다 하고 싶어
영화 <쎄시봉>에서 젊은 송창식을 연기한 신인 배우 조복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송창식 음악을 즐겨 듣고 성악을 배운 ‘준비된 송창식’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영화 <쎄시봉>에서 젊은 송창식을 연기한 신인 배우 조복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송창식 음악을 즐겨 듣고 성악을 배운 ‘준비된 송창식’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970년대 포크 문화의 산실인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 영화 <쎄시봉>에는 실존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이장희, 조영남, 윤형주 등 쎄시봉 가수들의 젊은 시절을 진구, 김인권, 강하늘 등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분위기가 놀랍도록 비슷하다. 그중 백미는 젊은 송창식을 연기한 신인배우 조복래. 열에 아홉은 영화를 보고 ‘도대체 저 배우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걸물이야?’ 한다. 그래서 만나봤다.

1986년 부산 태생인 조복래는 고등학생 때부터 남달랐다. 학교 밴드에서 보컬을 하던 그는 어쩌다가 옛 노래에 빠져들게 됐다. 송창식, 산울림, 노고지리, 샌드페블즈, 배따라기, 김광석…. 포크 음악이 좋아진 그는 밴드 기타리스트를 졸라 통기타를 배웠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는 발성을 익히려고 음악 선생님을 찾아가 성악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예고 시절 성악을 하다 그만두고 포크 가수가 된 송창식을 연기할 배경이 고등학생 때 만들어진 셈이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2년간 연극 무대에 매진했다. 연극판에서 장진 감독을 만나면서 영화에도 진출해 몇몇 작은 배역을 연기했다. <쎄시봉> 오디션을 본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자신만만해했다. ‘나만큼 송창식을 잘 아는 젊은 배우는 없겠지?’ 개량한복을 입고 바가지머리 가발을 쓰고 오디션에 나가 오페라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담배가게 아가씨’를 불렀다.

“너무 떨어서 노래를 망쳤어요. 떨어졌구나 했죠. 그런데 합격 통보가 왔어요. 노래보다 외모가 닮아서였다나요? 내가 송창식을 연기하게 되다니! 감격이 엄청났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시련이 시작됐죠.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를 내가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감과 압박감이 산처럼 밀려왔거든요.”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송창식 역의 조복래.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송창식 역의 조복래.
송창식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송창식이 평소 노래하는 미사리 카페를 찾아갔다.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게 된 조복래입니다.” “잘해봐. 근데 노래는 네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날 따라올 수 없을 거야. 허허허.” 대단한 자신감에 압도된 조복래는 모창을 포기했다. 대신 20대 송창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만든 노래의 느낌과 가사를 곱씹으며 20대 송창식의 향기를 느끼려 했다. 자신만의 해석이 담긴 송창식 연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사회 뒤 ‘쫑파티’에서 송창식이 그에게 다가왔다. “노래가 발군이던데? 몇 달만 더 하면 가수 해도 되겠어.” 조복래는 큰 위안을 얻었다. “영화 찍을 때 목표가 송창식 선생님이 보실 때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요.”

조복래를 이제 더 많은 영화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차이나타운>이 4월 개봉 예정이고, 연극을 영화화하는 <극적인 하룻밤>이 곧 촬영에 들어간다. “배우로서 아직도 준비가 많이 안 됐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근성 있게 가보고 싶습니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같은 오페라 뮤지컬도 해보고 싶고요, 권투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중고등학교 때 취미로 체육관에서 권투를 해서 프로선수 자격증도 땄거든요. 고향인 부산 사투리 연기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참 많네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잉여싸롱] 나 그대에게 〈쎄시봉〉모두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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