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할리우드 배우 808명 일생 추적 논문 눈길
오스카상 받은 배우일수록 활동 경력 길어
수상 여배우 ‘파경설’?…정작 이혼율 더 낮아
후보에만 오른 남자배우들 이혼율은 압도적
오스카상 받은 배우일수록 활동 경력 길어
수상 여배우 ‘파경설’?…정작 이혼율 더 낮아
후보에만 오른 남자배우들 이혼율은 압도적
줄리안 무어, 리즈 위더스푼, 마리온 코티아르, 로자문드 파이크, 펠리시티 존스(201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들). 오스카의 저주를 받을 준비됐습니까?
22일 저녁(현지시각) 열리는 87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을 앞두고 ‘오스카(아카데미)의 저주’가 다시 설왕설래되는 가운데 이 저주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오스카의 저주란 주연상을 탄 배우들이 수상한 이후 개인적인 불행을 겪는다는 미신 또는 괴담이다. 주로 수상 여배우들이 이혼을 하거나 오랜 연인과 결별하면서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이번 주연상 후보에 오른 리즈 위더스푼은 2006년 <앙코르>로 수상한 뒤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남편 라이언 필립과 이혼했으며 2001년 <에린 브로코비치>로 수상한 줄리아 로버츠는 상 받기 전 결혼계획을 발표했다가 수상 이후 결별 소식을 알렸다. 힐러리 스웽크, 샌드라 블록 역시 수상 이후 파경 소식이 전해졌다.
저주는 수상 이후의 흥행 실패와 경력 단절을 일컫기도 한다. ‘오스카의 저주’라는 말은 여배우 루이제 라이너가 두번째, 세번째 출연작으로 1936년과 37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연속으로 받은 뒤 경력이 단절된 것을 가르키면서 처음 쓰였다. 이후 리처드 드레이퍼스, 할리 베리 등이 차기작에서 쓴맛을 보며 오스카의 저주를 받은 배우들로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스>와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학술저널 <오가니제이션 사이언스> 2015년 2월치에 실린 흥미로운 논문을 소개했다. ‘오스카의 저주:지위/신분 상승에 따르는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공동작업한 김희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경영학)와 마이클 젠슨 미시간대 교수(경영학)는 1930년부터 2005년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주요 배우들 808명의 일생을 추적조사했다. 이 가운데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들의 이후 경력이 어떻게 되는지, 결혼생활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우선 경력만 보았을 때 오스카의 저주는 없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아카데미상을 탄 배우가 가장 긴 경력을 보였고,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이 그 다음, 후보에 오른 적 없는 배우들이 가장 짧은 출연 경력을 보유했다. 메릴 스트립, 로버트 드 니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노년에까지 주연을 꿰차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상당수가 오스카 수상자들이다. 오스카가 배우 이력의 정점이라면 그 정점을 찍은 사람들일수록 오랫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다.
결혼생활에 있어서는 반전의 결과가 나타났다. 흔히 오스카의 저주는 여배우들의 사례로 언급돼왔지만 연구 결과는 이 저주가 남자배우들에게 더 많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즉, 오스카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남자배우일수록 이혼율이 높다는 결과다. 반면 여자배우는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른 이들의 이혼율이 그렇지 못한 배우들보다 낮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논문은 남녀의 차이와 갑작스런 지위 상승이 일상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나눠 분석했다.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업무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데 후보에 올랐다가 수상에 실패하면 실망감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을 보면 실제로 후보에는 여러번 올랐으나 계속 수상에 실패한 남자배우의 이혼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들이 이혼을 많이 한 이유로는 갑작스럽게 세계적인 유명배우로 신분이 수직상승하면서 일상생활의 균형이 깨지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그럼 이번 오스카의 저주는 남자배우에게 내려질까?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결혼식을 올린 <이미테이션 게임>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남우주연상 후보)의 배우자 소피 헌터는 내심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올 오스카 결과는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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