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영화주간지 창간 20돌 맞아
영화전문 기자·스타급 평론가
대중성에 깊이 더한 담론 주도
한국영화 폭발기에 수준 높여
1000호 특집 ‘송강호 20년’ 조명
영화전문 기자·스타급 평론가
대중성에 깊이 더한 담론 주도
한국영화 폭발기에 수준 높여
1000호 특집 ‘송강호 20년’ 조명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주간지 <씨네21>이 창간 20돌을 맞아 11일 1000호를 발행했다. 1995년 4월14일 창간된 <씨네21>은 영화잡지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영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네21>은 창간 직후부터 영화전문 기자들과 스타급 평론가의 수준 높고 신뢰감 주는 글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엔 영화사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베껴 쓰는 수준의 영화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대중성과 깊이를 갖춘 고급 영화 평론을 지면에 적극 소개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였다. 이용관·유지나 등 당시 ‘스타 평론가’의 글을 지면에 전면 배치하고, ‘씨네 영화평론 공모’를 통해 이상용·심영섭 등이 영화평론가로 등단하는 길을 열기도 했다. 국내외 유명 감독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속속들이 조명하고, 세계적인 영화제의 소식도 생생하게 전달하며 영화팬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개봉 영화의 줄거리에 빗대 각종 사회문제를 코믹하게 풍자한 ‘정훈이 만화’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년 동안 1000호를 발행하는 역사를 쓰면서 숱한 일화를 낳기도 했다. 창간 첫해인 95년 김성수 감독의 <런어웨이>를 두고 이정하 평론가와 이현승 감독이 지상 논쟁을 벌였고, 결국 이정하의 절필선언으로 일단락됐다. 아까운 평론가를 잃었지만, 평론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2000)가 상영될 당시에는 우익단체가 잡지사에 찾아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주성철 편집장은 “1995년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고 명필름이 세워지는 등 한국 영화가 폭발하는 시기였다. 제대로 된 첫 주간지로 <씨네21>이 우리 영화 발전에 한몫을 담당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씨네21> 제9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을 달려온 <씨네21>의 앞길에는 적지 않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영화와 부침을 할께할 수밖에 없는데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적응하며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씨네21>의 성공을 계기로, 영화잡지가 잇따라 창간되면서 1990년대 후반에는 영화 전문 주·월간지가 7종까지 늘었다. 하지만 2015년 현재는 주간지 <씨네21>과 <매거진 엠>, 월간지 <맥스무비> 등 3종에 불과하다. 독자들도 온라인 쪽으로 계속 옮겨가는 추세다. <씨네21>도 미디어환경 변화에 발맞춰 변신중이다. 온라인 사업 인력을 강화하면서, 이제 종이잡지 제작 쪽과 비슷한 규모에 이르렀다.
‘한국 영화와 함께한다’는 창간 당시 다짐도 새롭게 하고 있다. <씨네21>은 우리 배우와 감독의 소개에 집중했다. 창간호 표지로 배우 안성기, 문성근과 채시라 등을 함께 실었다. 당시 경쟁지들이 외국 배우를 표지 모델로 내세우던 관행에 대한 도전이었다.
창간 20주년 기념호인 1000호 표지 모델도 영화 <아가씨>의 감독 박찬욱과 배우 하정우, 김민희, 김태리로 잡았다. 옛 서울역사를 개조한 ‘문화역사 284’에서 창간을 기념해 특별촬영했다. 또 이번 호에선 <씨네21>이 창간된 1995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감독 홍상수)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 영화를 종횡무진 누벼온 배우 송강호의 ‘영화인생 20년’을 살폈다. 송강호와 영화를 만들었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한재림 감독이 대담을 통해 국민배우 송강호를 풀어냈다.
주성철 편집장은 “한국 영화 1000만 관객만큼이나, <씨네21> 1000호가 중요하다고 내부에서 다짐한다. 잡지를 오랫동안 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글을 독자들에게 제공하자는 다짐이다”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1995년 창간된 한국 최초의 영화주간지 <씨네21> 창간호 표지.
창간 20돌을 맞은 1000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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