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현주. 사진 씨제이이앤엠(CJ E&M) 제공
승진앞 살인 저지르는 경찰 역
“분노와 좌절 등 8가지 감정을
몸 움직이지 않고 표현하라고…
왜 손현주? 평범하게 생겼잖아요”
“분노와 좌절 등 8가지 감정을
몸 움직이지 않고 표현하라고…
왜 손현주? 평범하게 생겼잖아요”
지난 2013년 여름, <숨바꼭질>로 관객들의 심장을 조였던 배우 손현주(50·사진)가 새로운 스릴러물로 돌아왔다. 승진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대형 사건에 휘말리는 경찰 강력반 반장 역을 맡았다. 손현주를 7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찻집에서 만났다.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에서, 최창식 반장(손현주)은 회식 뒤 택시를 탔다. 기사는 그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 죽이려 한다. 최 반장은 격투 끝에 우발적으로 기사를 살해한다. ‘112’를 눌러 신고하려 했지만, 임박한 승진 기회를 잃을까봐 지문 등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현장을 벗어난다. 다음날 그 주검이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리면서, 최 반장의 삶은 뒤틀린다.
경찰이 우연히 악한을 죽이고 이를 감추려 한다는 얼개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2013)와 비슷하다. 하지만 색깔과 전개 방식은 다르다. 영화는 최 반장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은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손현주는 “영화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추적스릴러에 ‘심리’를 하나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의 절반은 손현주의 연기가 채웠다. 배우 마동석과 박서준 등의 연기도 좋고, 특히 최다니엘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지만, 손현주의 스릴러 연기가 일품이다. 핏발이 선, 흔들리는 눈빛은 많은 얘기를 담았다. 손현주는 영화 후반부 장면 촬영 때 감독한테서 “(몸을) 움직이지 말고 분노와 좌절, 불안 등 8가지 감정을 표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사극에서 ‘한밤중에 일어나는 치열한 전투’라는 시나리오의 한마디를 위해 1주일간 찍는 것과 비슷하죠. 어떻게 해요? 열심히 할 수밖에.”
감추고 숨기는 게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다보니, 연기가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연기라는 게 상대편과 주고받아야 하는데, 영화 속 동료들과 동떨어져 홀로 있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촬영 내내 다른 배우와 대화가 거의 없었어요. 더 외로웠어요.”
영화의 나머지 절반은 시나리오가 채운 듯 하다. 끝 장면까지 긴장을 잃지 않고,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묘사된다. ‘이 정도쯤이야’ 하고 조금씩 세상과 타협하다 보니 결국 파멸에 이른다는 것인데, 관객들은 자신의 젊고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 깔린 배경음악도 좋다. 손현주는 “이 음악 좋지 않아요”라며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려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는 여배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선정성 0’ 판정을 받았단다. 스태프의 노동 조건을 보장하는 표준계약서를 쓰고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촬영을 끝내야 하기에, “감독이 가장 고생했다”고 전했다.
손현주는 어느새 스릴러 영화 ‘단골 주연’이 됐다. 지난번 <숨바꼭질>에 이어, 지금은 <더 폰>이라는 스릴러 영화를 찍고 있다. 스릴러 영화를 일부러 고른 것이냐고 물었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한때는 바람피우는 남편 역할만 줄기차게 할 때도 있었고요. 지금은 스릴러 할 때인가 보다 싶어요. 나중에는 대학로 연극판으로 돌아갈 때도 올 겁니다.”
다른 배우도 많을 텐데, 왜 손현주냐고 물었다. “평범하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감독이 이 얼굴로 더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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