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난세엔 영웅이, 아니 사극이 탄생한다오

등록 2015-05-14 19:05

풍년 맞은 사극의 모든 것
왼쪽부터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 <관상>, <순수의 시대>, <해적>, <간신>.
왼쪽부터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 <관상>, <순수의 시대>, <해적>, <간신>.
할리우드의 영원한 효자 상품이 ‘히어로물’이라면, 이에 맞서는 충무로의 전통적 무기는 ‘사극’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사극 풍년’에 웃었다. 특히 지난해엔 1760만명을 동원한 <명량>을 필두로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0만명), <군도>(475만명), <역린>(385만명), <상의원>(67만명) 등 5편의 사극이 355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2014 한국영화 총관람객’ 1억770만명의 33%에 이른다. 사극은 안방극장도 점령했다. 지난해 시청률 20%를 넘나든 <정도전>에 이어 <징비록> <화정>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도 3월 개봉한 <순수의 시대>에 이어 <간신>(21일 개봉) 등 6편의 사극 영화가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사극 영화의 역사와 갈래, 인기 비결 등 속살을 뜯어본다.

■ 언제 많이 만들어지나?

사극 영화는 “한국 영화가 잘나갈 때” 만들어진다. 세트·의상을 비롯해 작은 소품까지 고증하고 따로 제작하면서 다른 장르에 견줘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린>과 <해적>을 투자·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한 순제작비로 각각 90억원, 140억원을 쏟아부었다. 씨제이이엔엠도 지난해 <명량>에만 150억원을 집중 투입했다. 1년간 투자·배급한 11편의 영화에 쓴 총제작비의 25%에 해당한다.

윤인호 씨제이이엔엠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올해도 <순수의 시대>, <도리화가> 등 사극 두 편에만 12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인데, 전체 투자 영화 14편 비용의 20%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최근 3~4년간 돈이 많이 드는 사극이 꾸준히 제작된 것은 그만큼 한국 영화가 호황기라는 뜻이다. 연속 4년 한국 영화 점유율이 외화를 압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가장 빈번히 다뤄지는 시대는?

사극 영화의 90%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명량> <해적> <군도> <역린> <순수의 시대> <간신> 등은 모두 조선시대 이야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사료가 많아 기술적으로 고증이 쉽고 모티브로 삼을 이야기가 넘쳐난다. 의상·세트 등도 유물이 많이 남아 있어 제작하기 쉽다. 관객의 기본 지식도 많아 극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조선 중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시기는 전쟁·사화·민란·반정 등으로 혼란을 겪던 ‘난세’다. <명량>은 임진왜란을, <해적>은 왕조가 바뀐 고려말 조선초를, <역린>은 정조 암살시도인 정유역변을 배경으로 한다. 가장 많이 등장한 왕은 ‘왕자의 난’을 벌인 태조 이방원(<순수의 시대>), ‘단종폐위’ 사건을 일으킨 세조(<관상>),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 암살설’이 있었던 영조·정조(<역린>), ‘반정’으로 폐위된 광해군(<광해, 왕이 된 남자>)과 연산군(<왕의 남자> <간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난 선조(<명량>)와 인조(<최종병기 활>) 등이다.

사극영화는 언제 많이 만들어질까?
‘명량’ 150억 등 높은 제작비 탓에
‘한국영화 잘나갈 때’ 주로 나와

빈번히 쓰이는 시대배경은 언제?
친숙하고 고증 쉬운 조선시대
전쟁·민란으로 혼란한 ‘난세’ 많아

사극영화에도 유행이 있을까?
60년대 ‘정통사극’ 80년대 ‘에로사극’
최근 들어 ‘팩션사극’ 주류로

■ 역사와 갈래는?

사극은 한국 영화의 첫 황금기인 1960년대에 부흥했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 안현철 감독의 <인목대비>(1962) 등이 대표적인데 대부분 기록에 기반한 정통 사극이었다. 70년대 암흑기를 거쳐 80년대엔 ‘3에스 정책’(스크린·스포츠·섹스)에 기댄 에로사극이 번성했다. <어우동>(1985), <황진이>(1986)를 비롯해 <변강쇠>, <뽕> 등 시리즈물까지 등장했다. 2000년대 제작된 <스캔들>(2003), <방자전>(2010), <후궁: 제왕의 첩>(2012), <순수의 시대>(2015) 등 ‘19금 사극’도 에로사극과 맥이 닿아 있다. 2000년대 들어 사극은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됐다. 액션과 사극이 결합된 ‘액션사극’의 시초가 된 <비천무> <단적비연수>(2000)가 큰 인기를 끌었다. <무사>(2001), <청풍명월>(2003)에 이어 ‘판타지’ 요소까지 가미한 <무영검>(2005), <중천>(2006)도 등장했다. 이후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액션사극은 <신기전>(2008)과 <최종병기 활>(2011) 등 시지(CG)를 십분 활용한 작품으로 이어진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사극’은 이제 주류로 자리잡았다. <왕의 남자>(2005), <조선명탐정>(2011), <광해>, <역린> 등이 대표적이다.

■ 2015년 사극 기상도는?

올해도 사극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순수의 시대>를 시작으로 연산군 때 간신 임사홍·임숭재 부자를 다룬 <간신>, 무협사극으로 전도연·이병헌이 주연한 <협녀: 칼의 기억>이 관객을 찾는다. 조선 마지막 명포수 이야기로 ‘조선판 라이프 오브 파이’로 불리는 최민식 주연의 <대호>, 사도세자의 비극을 소재로 한 송강호·유아인의 <사도>, 조선 최초 여류 명창 진채선을 다룬 판소리 사극으로 류승룡과 수지가 주연한 <도리화가>도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사극 가운데 ‘1000만 클럽’에 가입할 만큼 인기를 끈 작품의 성공 비결은 뭘까?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재의 정치·사회적 화두나 코드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황 평론가는 “<광해>는 ‘개혁군주’로 재해석된 광해군의 모습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명량> 역시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에게‘충무공 리더십’을 이야기해 공감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각 회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