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 영화 ‘대니 콜린스‘의 알 파치노.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경험많은 ‘70살 인턴’ vs 마약의존 ‘슈퍼스타’
‘인생의 황혼기’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는 두려움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성공한 몇몇 사람을 빼면 노후 준비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가난과 외로움에 지쳐가지 않을까. 일흔살을 넘긴 두 노장 배우가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갖고 우리를 찾아왔다. 두 노장이 일종의 연기 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
은퇴뒤 30살 CEO 회사에 취업
절제된 연기로 노년 품격 그려 영화 ‘대니 콜린스’ 알 파치노
존 레넌 편지를 40년만에 받고
인생 바꾸기로 작정 최대 도전 로버트 드니로(72)는 영화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에서 40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벤 휘터커’를 연기한다. 정장이 딱 어울리는 포근한 인상의 노신사로, 젊은 시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눈매의 정장차림과 판연히 다르다. 벤은 은퇴 뒤 여유로운 생활에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70살의 나이에 온라인 패션몰 회사의 인턴으로 취업한다. 새 직장에서 30살의 여성 최고경영자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을 돕는 일을 맡는데, 줄스는 변덕이 심하고 무척 깐깐하다. 하지만 70살 인턴은 30살 여성 보스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자리를 지킨다. 함부로 나서 어설픈 충고를 하려 하지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가끔 “자신이 이룩한 것을 보라”면서 응원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이번 영화에서도 절제된 연기로 ‘노년의 품격’을 그려냈다. 큰소리 한번 내지 않지만, 그의 한결같은 모습은 영화 전체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기둥이다. <택시 드라이버>(1976) 등에서의 폭발적 연기와는 계보가 다른, 유쾌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넉넉함이 돋보이는 연기이다. 영화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뒤 12째인 이달 5일 15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좋은 관객 반응을 얻고 있다. <대니 콜린스>(감독 댄 포걸먼)에서 알 파치노(75)는 현역이다. 늙고 망가진 모습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는 월드투어를 다니는데 매번 전석 매진이다.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술과 마약에 의지해 무대에 선다. 그런데 40년 전인 1971년, 존 레넌이 자신한테 보낸 편지를 받고서는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선다. 존 레논은 편지를 통해 말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음악에 진실한 사람이길 바라네.”(Stay tune to yourself, your music.) 사실, 영화는 알 파치노와 존 레넌(1940~1980)의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실제 두 사람은 동갑내기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고비마다 ‘이매진’ 등 존 레넌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영화는 중반부 이후 일종의 ‘가족 드라마’로 전환한다. 대니 콜린스의 정성과 노년의 능숙함이 바탕에 깔려 있긴 하지만, 돈이 문제를 푸는 결정적 힘이 된다는 설정이라 불만을 느낄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두 배우는 닮은꼴이다. <대부2>(1974)에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그의 아들로 함께 출연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지만, 막상 둘이 함께 출연한 영화는 많지 않다. <히트>(1995)에서 범죄자와 그를 쫓는 형사로 연기 대결을 펼쳤고, <의로운 살인>(2008)에서 동료 형사로 호흡을 맞춘 게 거의 전부다. 두 노장 배우의 연기는 색깔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로버트 드 니로는 차분히 쌓아나가는 견고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반면, 알 파치노는 위태롭게 폭발하는 모습이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이번에도 로버트 드니로는 ‘노년의 지혜로움’을, 알 파치노는 ‘인생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려낸다. 다만, 두 영화 모두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한계 탓인지, 갈등은 쉽게 해결되고 행복한 결말로 ‘싱겁게’ 끝나는 느낌을 준다. 아무튼 일흔살을 넘긴 두 배우는 관객들에게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읊어내는 삶의 이야기도 나름 듣는 맛이 있지만, 원숙하고 성실한 배우로서 사는 모습 자체가 ‘어떻게 늙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일 것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은퇴뒤 30살 CEO 회사에 취업
절제된 연기로 노년 품격 그려 영화 ‘대니 콜린스’ 알 파치노
존 레넌 편지를 40년만에 받고
인생 바꾸기로 작정 최대 도전 로버트 드니로(72)는 영화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에서 40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벤 휘터커’를 연기한다. 정장이 딱 어울리는 포근한 인상의 노신사로, 젊은 시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눈매의 정장차림과 판연히 다르다. 벤은 은퇴 뒤 여유로운 생활에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70살의 나이에 온라인 패션몰 회사의 인턴으로 취업한다. 새 직장에서 30살의 여성 최고경영자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을 돕는 일을 맡는데, 줄스는 변덕이 심하고 무척 깐깐하다. 하지만 70살 인턴은 30살 여성 보스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자리를 지킨다. 함부로 나서 어설픈 충고를 하려 하지 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가끔 “자신이 이룩한 것을 보라”면서 응원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이번 영화에서도 절제된 연기로 ‘노년의 품격’을 그려냈다. 큰소리 한번 내지 않지만, 그의 한결같은 모습은 영화 전체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기둥이다. <택시 드라이버>(1976) 등에서의 폭발적 연기와는 계보가 다른, 유쾌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넉넉함이 돋보이는 연기이다. 영화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뒤 12째인 이달 5일 15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좋은 관객 반응을 얻고 있다. <대니 콜린스>(감독 댄 포걸먼)에서 알 파치노(75)는 현역이다. 늙고 망가진 모습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는 월드투어를 다니는데 매번 전석 매진이다.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술과 마약에 의지해 무대에 선다. 그런데 40년 전인 1971년, 존 레넌이 자신한테 보낸 편지를 받고서는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선다. 존 레논은 편지를 통해 말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음악에 진실한 사람이길 바라네.”(Stay tune to yourself, your music.) 사실, 영화는 알 파치노와 존 레넌(1940~1980)의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실제 두 사람은 동갑내기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고비마다 ‘이매진’ 등 존 레넌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영화는 중반부 이후 일종의 ‘가족 드라마’로 전환한다. 대니 콜린스의 정성과 노년의 능숙함이 바탕에 깔려 있긴 하지만, 돈이 문제를 푸는 결정적 힘이 된다는 설정이라 불만을 느낄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두 배우는 닮은꼴이다. <대부2>(1974)에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그의 아들로 함께 출연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지만, 막상 둘이 함께 출연한 영화는 많지 않다. <히트>(1995)에서 범죄자와 그를 쫓는 형사로 연기 대결을 펼쳤고, <의로운 살인>(2008)에서 동료 형사로 호흡을 맞춘 게 거의 전부다. 두 노장 배우의 연기는 색깔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로버트 드 니로는 차분히 쌓아나가는 견고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반면, 알 파치노는 위태롭게 폭발하는 모습이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이번에도 로버트 드니로는 ‘노년의 지혜로움’을, 알 파치노는 ‘인생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려낸다. 다만, 두 영화 모두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한계 탓인지, 갈등은 쉽게 해결되고 행복한 결말로 ‘싱겁게’ 끝나는 느낌을 준다. 아무튼 일흔살을 넘긴 두 배우는 관객들에게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읊어내는 삶의 이야기도 나름 듣는 맛이 있지만, 원숙하고 성실한 배우로서 사는 모습 자체가 ‘어떻게 늙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일 것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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