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자'. 사진 ㈜영화사 백두대간 제공
리뷰 l 영화 ‘순응자’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70년작
제작 46년만에 국내 최초 개봉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70년작
제작 46년만에 국내 최초 개봉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작품 <순응자>(1970년 작)가 제작 46년 만에 국내 최초 개봉한다. 영화는 이탈리아 파시즘이 절정인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보고 나오는 관객에게는 21세기 한국에서 파시즘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라는 이어진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속에서 ‘마르첼로’(장루이 트랭티냥)는 로마의 유복한 집에서 자란 지식인이지만,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아동성애자를 총으로 쏴 죽였으며,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는 ‘평범한 삶’을 갈구하면서 사랑하지도 않는 중산층 집안의 여인과 결혼한다. 그러나 무솔리니 정권의 비밀경찰에 자원하고, 첫 임무로 자신의 스승이면서 파시즘에 반대해 프랑스로 망명한 콰드리 교수의 암살을 지시받는다. 마르첼로는 파리에서 교수에게 접근하는데, 교수의 부인 ‘안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린다.
영화는 이탈리아 소설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당시 29살의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것이다. 영화는 몇 가지 토론할 지점을 남긴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면서 평범하게 살려 하면서, 왜 파시스트가 되려 했을까. 우리 시대의 평범함이라고 하면 ‘탈정치’ 쪽이라 생각하는데, 마르첼로는 정치의 한가운데 뛰어든다. 또 요즘은 약간 알려진 주제이지만 영화는 파시즘과 성, 그리고 정치의 삼각관계를 정면 조준한다. 영화 촬영 기법 측면에서도 여러 미학적 성취를 이뤄 후학들의 연구 대상이 되는 작품이다. 빠른 장면 전환 등에 익숙한 21세기 관객들한테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감독은 <마지막 황제>, <몽상가들>등으로 이미 우리 관객한테도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이번 영화는 ‘세계 100대 영화’ 등에 이름이 올라 있다. 1970~80년대 다른 거장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28일 개봉하며, 19살 이상 관람. 상영관이 많지 않아 영화 관람이 좀 불편하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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