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빠생각‘, ‘로봇,소리‘, ‘검사외전‘.
지난달 개봉 ‘오빠생각’ ‘로봇, 소리’
‘쿵푸팬더3’ 관객수에 훨씬 못 미쳐
‘쿵푸팬더3’ 관객수에 훨씬 못 미쳐
연중 최고 영화 성수기의 하나인 설 연휴를 앞두고 영화계도 잇달아 새 영화를 개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 영화 가운데 눈에 띄는 흥행 기대주를 찾기 어렵다는 푸념도 한쪽에선 나온다. 영화계 안에선 ‘풍요 속 빈곤’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미국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이 요즘 극장가에서 독주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벌써 17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그 뒤에 한국 영화 <오빠생각>과 <로봇, 소리>가 각각 92만, 31만명을 동원하면서 추격하고 있다. <오빠생각>이 지난달 21일 개봉한 것을 고려하면, <쿵푸팬더3>에 견줘 절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로봇, 소리>도 <쿵푸팬더3>과 거의 동시에 개봉(1월27일)한 데 비춰보면,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외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1월14일 개봉)가 189만명을 동원한 사정에 비춰보면, 한국 영화의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오는 설 성수기에도 한국 영화의 흥행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미 개봉한 <오빠생각>은 드라마 <미생>의 배우 임시완을 내세우며 개봉 첫주 예매율 1위를 기록했지만, 뒷심 부족을 드러낸 지 꽤 됐다. 3일 개봉하는 <검사외전>은 티켓 파워를 가진 황정민과 강동원이 출연했지만, 많은 평론가들이 엄지를 들어보이길 주저한다. 4일 개봉하는 <나쁜 놈은 죽는다>도 제작(강제규)과 배우(손예진·신현준 등) 이름값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 <오빠생각>과 부성애를 그린 <로봇, 소리>가 관객의 선택을 받으면, 새로 출격하는 <검사외전>이 어우러지면서 극장가가 뜨거워질 것”이라며 “그런데 기대작들이 호응을 받지 못하면서 올해에는 우리 영화 가운데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설날 연휴 때도 비슷했다. 당시 <쎄시봉>(감독 김현석)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이 대표선수로 나섰지만, 관객 동원은 각각 171만명, 387만명에 그쳤다. 대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슈 본)가 대박이 터졌다(관객수 612만명). 우리 영화는 2014년 12월 개봉한 <국제시장>이 설날 연휴까지 이어진 정도다.
다른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원래 설 연휴를 노리고 3~4편의 우리 영화가 승부를 펼치는데, 최근 몇년 사이 한두 작품만 흥행하는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며 “이에 큰 영화가 나오면 나머지 작품들이 개봉 시기를 늦추는 경향이 생겼고, 올해는 대표선수로 나선 개봉작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평론가들의 관측과는 달리 <검사외전>이 ‘마지막 카드’로서 판을 바꿀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면 <검사외전>과 <로봇, 소리>, <오빠생각> 등 한국 영화 삼총사가 삼각구도를 이뤄 새로운 판세를 짜게 될 수도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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