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과 여’. 사진 ㈜쇼박스 제공
영화 ‘남과 여’ 주인공 전도연
핀란드~서울 공유와 정통멜로
서로 배우자 있는 상태서 빠져
“사랑은 꿈…순간이라도 행복”
7월 드라마 ‘굿 와이프’ TV 복귀
핀란드~서울 공유와 정통멜로
서로 배우자 있는 상태서 빠져
“사랑은 꿈…순간이라도 행복”
7월 드라마 ‘굿 와이프’ TV 복귀
북유럽 핀란드의 겨울, 깨끗하고 조용하고 눈이 많이 온단다. 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눈 내리는 숲을 산책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과 숲을 즐기는데, 서로에게 마음이 가있다.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정통 멜로’로 관객을 찾아온 배우 전도연을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핀란드 헬싱키의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상민’(전도연)은 어느날 같은 학교의 학부모인 한국 남자 ‘기홍’(공유)을 만난다. 상민의 아들은 자폐이고, 기홍의 딸은 소아 우울증을 갖고 있다. 항상 같이 있던 아이를 홀로 캠핑장에 보냈기에 상민은 불안감에 북쪽 캠핑장을 따라가려 하고, 캠핑장을 향한 둘만의 동행이 이어진다. 그런데 폭설로 도로가 끊겨 호텔에 묵을 수밖에 없게 된다. 둘은 다음날 아침 산책에 나서고 외딴 오두막을 발견해 그 안에서 서로를 안는다. 그리고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여기까지라면 한 번의 일탈일 것이다. 그런데, 8개월 뒤 서울에서 상민 앞에 기홍이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밀쳐내면서도 서로를 끌어당긴다. 각자 따로 배우자가 있으니, 이들 앞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전도연은 그동안 참 어려운 사랑을 많이 했다. <해피앤드>(1999)에선 치정이 껴들었고, <너는 내 운명>(2005)에선 에이즈 환자를 연기했다. 지난해 <무뢰한>에선 변두리 술집 마담으로 형사와 범죄자 사이에서 사랑에 목말라했다. 한국 멜로의 새 장을 연 <접속>(1997)까지 보면 유독 멜로 영화가 많아 보인다.
“사랑은 저에게 꿈이예요. 순간이라도 행복하죠. 관객도 멜로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또,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상황에서 인물이 어떻게 느끼는지 살펴요. 그러다 보니 멜로 쪽이 많아 보이나 봐요.”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다른 장르도 많이 해보고 싶지만, 40대 여배우로서 선택권이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오랜만의 티브이 드라마 출연을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티브이엔>에서 7월 방영 예정인 <굿 와이프>인데, 멜로가 아니라 법정드라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로서, 전도연은 이번에도 무르익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가 오두막 안에서 잠시 창밖을 멍하니 올려다 보는 장면에선 삶에 대한 깊은 피로감과 설레임이 교차한다. 설원을 달리던 택시에서 내려 담배를 피는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상민이 기홍의 얼굴에 손가락 끝을 가져가는 장면은 섬세하면서 강렬한 떨림을 전달한다. <여자, 정혜>(2005)와 <멋진 하루>(2008)를 쓰고 연출한 이윤기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한 몫을 했으리라. 이번 영화에선 배우 공유도 한 몫을 해냈다. <용의자>(2013)에서 보여준 북한 공작원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조금’ 준수하게 생긴, 섬세한 감성의 남자 그대로다.
아무래도 두 남녀의 막바지 엇갈린 선택에 대해 관객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 남녀의 선택이 반대였으면 어떠했을까. 전도연은 극중 상민의 선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상민은 차갑고 건조한 여자인데, 처음으로 온전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어요. 그에 따른 선택을 한 거죠.”
영화의 마지막에 깜짝 선물이 있다. 2002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티 오우티넨이 잠깐 나오는데, 칸의 두 여왕이 한 공간에 등장하는 셈이다. 전도연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투명한 공기처럼 있어주는 모습에서 배우의 내공이 느껴졌다”고 했다. 25일 개봉, 19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전도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