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만난 루 루아 레콜리네.
“넌 날 절대로 잊지 못해. 난 특별하니까.” 영화 <마이 골든 데이즈>에서 폴(캉탱 돌메르)과 처음 대화를 나누는 에스더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이미 3명의 남자친구가 있지만 “다른 여자랑 사귀면 그 여자는 그날로 끝이야”라고 말하는 도발적인 고등학생이다.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10~23일 전국 씨지브이 극장 개최)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루 루아 레콜리네는 에스더처럼 고등학생 때 배역을 맡았다. “에스더보다는 침착하고 조용한 편”이라는 20살 여배우는 진중하고 섬세하면서 우아했다. 11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마이 골든 데이즈>는 프랑스 거장 아르노 데스플레생의 작품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상영되었다. 원제는 ‘내 젊은 날의 세 가지 추억’이다. 폴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러시아 수학여행에서 생긴 일, 그리고 에스더와의 사랑을 그린다. 다른 두 가지 추억에 비해 첫사랑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감독은 “에스더야말로 폴을 설명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루 루아 레콜리네는 <마이 골든 데이즈>에서 아련한 첫사랑의 주인공이 되었다. 블룸즈베리리소시스 제공
데스플레생 감독은 레콜리네에 대해 “얼굴, 볼, 눈 등 모든 것이 카메라에 과할 정도로 완벽하게 어울렸다”고 말한다. 레콜리네는 “대본 속의 에스더와 실제의 나는 거리가 멀었다. 머리가 검정 아니면 갈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은 나를 보고는 ‘금발로 가지’라고 했다. 대본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에스더의 모습을 찾았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에스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왜 그렇지라고 질문하지도 않았다. 에스더와 나라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처럼 서로 동화되어갔다.”
감독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을 끌어낼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주연배우들의 습관을 인물 속에 녹여냈다. 감독은 레콜리네가 ‘네?’라고 반문하는 것을 보고 에스더에게도 똑같이 응용하라고 했다. 하품하거나, 한숨을 쉬거나,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 등도 비슷하게 에스더에게 녹아들어갔다. 레콜리네는 “작고 깊은 것들이 인물을 창조했다”고 정리했다.
루 루아 레콜리네처럼 폴 역의 캉탱 돌메르(왼쪽)도 <마이 골든 데이즈>가 영화 데뷔작이다. 블룸즈베리리소시스 제공
영화를 본 뒤 폴 역의 돌메르와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처음으로 그 또래다운 대답이 나왔다. “‘너 영화 이해했어?’, ‘아니’ 이런 대화를 했다. 아직 첫사랑을 경험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첫 주연작인 이 영화가 그에게는 첫사랑처럼 아련한 느낌으로 남지 않을까. “이 영화는 첫사랑인 것이 확실하다. 영화를 사랑하게 됐고 연기를 더 하고 싶어졌다. 정말 인상적이라서 딸을 낳으면 에스더라고 지어야지 하고 있다.”
‘혁명’의 나라에서 온 젊은이에게 최근 광화문광장으로 나오는 한국 청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계속하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에게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그 힘을 되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프랑스 청춘들도 거리로 나서지 않을까 싶다. 여성 후보 중에는 프랑스판 트럼프라고 할 만한 인물도 있다. 한국 젊은이들을 지지한다. 오늘의 행동으로 미래가 아름답게 되기를 바란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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